"대부" "드라큐라"의 거장 프란시스 코폴라가 내놓은 법정드라마.

신출내기 변호사가 부도덕한 거대 보험사를 상대로 싸워 사회정의를
실현한다는 내용이다.

백혈병으로 숨져가는 한 청년이 보험사에 치료비를 청구한다.

그러나 보험사는 차일피일 지급을 미루고 끝내 청년은 숨진다.

누가 이 억울한 사연을 풀어줄 것인가.

코폴라가 선택한 사람은 "굿 윌 헌팅"으로 스타덤에 오른 맷 데이먼이다.

법과대학을 졸업했으나 연줄이 없어 로펌에도 취직하지 못하는 루디역.

정의감에 불타는 그는 보험사의 회유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법정투쟁에 나선다.

그러나 법정드라마라고 말싸움만 벌이면 영화가 밋밋해 지는 법이다.

노련한 코폴라가 내놓는 비장의 무기는 바로 데니 드 비토.

변호사 자격은 없지만 "법률장사"하는데는 전문가인 덱역이다.

교통사고 사기사건 등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풀기 힘든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일가견이 있다.

그가 모아온 엉뚱한 증거들은 재판에서 이기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그만큼 관객들의 통쾌함도 커진다.

또 있다.

매맞는 아내 리커역의 클레어 데인즈.

루디와 사랑에 빠져 영화에 로맨스를 불어넣는 역할이다.

코폴라는 재판이야기라는 기본 바탕에 순수(루디), 사랑(리커),
우정(덱)으로 무늬를 그려나간다.

화려한 배역과 법정드라마 특유의 감동적인 연설이 관객들을 클라이맥스로
휘몰아갈 즈음, 코폴라에겐 갑자기 바쁜 일이 생긴 것일까.

루디와 리커의 복잡한 사랑이 너무나 쉽게 정리되고 재판에도 이긴다.

그리고 루디는 선배변호사들처럼 타락하기 싫다며 여행을 떠나버린다.

"레인메이커"란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

관객들은 "그는 과연 희망을 만들었을까"라고 아쉽게 되뇌이며 자리를 뜰 수
밖에 없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