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로마교황청으로부터 서울대교구장으로 임명된 정진석(66.
니콜라오)주교는 틈만 나면 글을 쓴다.

수필집도 쓰고 주일강론 자료, 어려운 교회법 해설 등도 쓴다.

그의 글에는 "목동"처럼 맑은 마음과 너그러운 인품이 배여 있다.

오랜 묵상과 학구열도 품어들어 있다.

그의 성품은 3년간 그를 보좌해 온 송열섭 신부가 "언젠가 책을 선물하는데
포장을 해서 드렸더니 왜 필요없는 치장을 하느냐고 언짢아 하신 것이
그분이 제게 한 유일한 꾸중이었다"고 전할 만큼 후덕하다.

함께 살았던 노모가 돌아가신 2년전부터 지금까지 하루 두차례 장례미사와
연도(죽은 사람을 위해 받치는 기도)를 드리는 점에서도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30세 때인 61년 3월18일 사제에 서품되고 난 뒤
중림동 약현성당에서 보좌신부로 사목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성신학교교사,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총무, 서울대교구 대주교비서
등을 지냈으며 로마 우르바노대에서 교회법석사학위를 취득했다.

39세인 70년 청주교구장으로 착좌, 28년동안 청주교구를 맡아 왔다.

주교회의 총무, 부의장을 거쳐 96년 10월부터 주교회의 의장을 맡고 있다.

정주교는 음성 꽃동네를 음양으로 보살핀 것으로도 유명하다.

< 오춘호 기자 ohchoon@ >

*** ''목동의 노래''에서

어떤 어린이가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목동이 초록빛 반짝이는 풀밭에 누워 한가하게 피리를 불고 있는 고요한
모습입니다.

한 발치 떨어진 곳에는 어린 양들이 맛있게 풀을 뜯고 있습니다.

참으로 평화로운 모습입니다.

좀 떨어진 곳에는 산이 있고 가까운 개울에는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어린이는 그림에 반했습니다.

피리 부는 목동이 부러웠습니다.

저도 목동이 된 꿈을 그렸습니다.

(중략) 어린이는 목동이 부러웠습니다.

목동의 어려움을 모르는 까닭에 목동이 되고픈 생각만으로 가득 찼었습니다.

나이들어감에 따라 목동에게도 궂은 날이 있고 어두운 때가 있다는 것을
차차 어렴풋이 알게 됐습니다.

그러나 피리 부는 목동의 꿈은 여전히 부푼 희망을 주었습니다.

어린이는 드디어 바라던 목동이 되었습니다.

신이 나서 피리를 불었습니다.

어린 양들이 그 피리 소리를 재미있게 들어주었습니다.

아직까지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는 가지 않았기 때문에 마을
어른들의 고마운 보살핌을 담뿍 안고 지내왔습니다.

가랑비가 오는 날도 있기는 했지만 아직 폭풍우는 만나지 않았습니다.

간혹 가다가 멀리서 우는 늑대 소리를 들은 적은 있어도 아직 습격은
당하지 않았습니다.

목동은 오늘도 씩씩하게 피리를 불고 있습니다.

어려운 시련이 언젠가는 닥쳐오고야 말리라는 것을 짐작하면서도 두려움없이
드높이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어떠한 역경속에서도 지금까지 그를 보호해 주신 하느님께서 그의 힘에
넘치는 시련을 허락하시지 않으리라는 것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
까닭입니다"

정진석 저, 새남 간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