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사의 목소리는 굴곡없이 밋밋했다.

악극에서도 콧등 시큰한 감동이나 삶에 대한 걱정을 잠시나마 날려버릴
웃음을 찾아볼수 없었다.

배우들은 끝까지 거친 쇳소리를 냈으며 관객은 지루하고 짜증스런 표정으로
시간가기만을 기다렸다.

무대위의 마이크는 곧잘 끊겨 사회자를 불안하게 했다.

극장 버라이어티쇼에 출연한 일부 가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공연시간
내내 객석을 조마조마하게 했다.

열어젖힌 큰 출입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은 관객의 집중력을 떨어뜨렸다.

좌석안내원은 관객이 있거나 말거나 선자세로 돌아다녔다.

밴드도 무대위 가수들의 노래에 맞춰 연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무대앞 좌석은 다리를 뻗지 못할 정도로 촘촘히 배치됐고 그나마 엉덩이가
배길 정도로 형편없었다.

일부관객은 좌석에 불만을 느껴 공연전 환불을 요구하며 소란을 피웠다.

일부 관객은 공연도중 빠져나갔고 끝까지 참고 기다렸던 관객도 출연자의
커튼콜이 시작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서울뮤지컬컴퍼니가 정동이벤트홀에서 공연중인 "그때 그쑈를 아십니까".

50~60년대 대중예술을 대표했던 악극과 극장 버라이어티쇼를 그대로
재현했다는 무대다.

그렇다면 그 시절의 관객은 불행했을게 틀림없다.

이 공연을 보는 오늘의 관객은 거기에 불쾌감까지 덤으로로 느끼게 된다.

대부분의 관객이 50~60대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실례"가 아닐수 없다.

제작진은 "오늘은 어제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고 미래 또한 오늘이 있기에
가능하다"며 이번 공연이 끝나는 17일이후 연장공연도 준비중이다.

그러나 미래를 위해 복원한 과거가 그정도라면 차라리 그 과거를 추억속에
묻어놓는게 낫지 않을까.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