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아빠'' 김수정(48.(주)둘리나라 대표)씨가 요즘 바빠졌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애니메이션 지원센터의 자문위원을 맡아 우리
만화영화의 르네상스를 열 꿈에 부풀어있다.

"미디어의 발달로 세계인의 감성은 동질화되고 있습니다.

한국이 만화영화로 세계시장을 제패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여기에 있습니다"

만화영화는 국내 문화산업중 비교적 국제경쟁력을 가진 분야이다.

자체로도 상품가치가 높은데다 미래의 소비자인 어린이를 사로잡음으로써
다른 산업에의 파급효과도 크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김씨는 "세계 만화시장은 지금 공급부족에 빠져 있다"며 "얼마나 빨리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축적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만화산업풍토에대해서 그는 비판적 시각을 갖고있다.

"만화영화는 "손"이나 "돈"이 아닌 "머리"로 만들어집니다.

애니메이션이 돈벌이가 된다니까 우르르 뛰어들었지만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진지한 창작''보다는 수지타산에만 얽매인 탓이지요" 김씨는 "국내
만화산업이 세계 3위 규모라지만 껍질뿐"이라고 단언한다.

애니메이션의 3대 요소라는 기획력 자본 기술이 없이 하청작업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 필리핀 등에 벌써 상당한 물량을 뺏기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당신네는 수작업이나 하고 인건비나 챙겨라"며 우리
애니메이션을 무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그는 분개했다.

김씨는 83년부터 어린이잡지에 연재한 만화 "둘리"가 대성공을 거두며
스타작가가 됐다.

이후 만화영화의 제작자로, 캐릭터사업가로 활약하며 국내 애니메이션계의
얼굴이 됐다.

김씨는 "이제는 문화산업의 발전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때"라며
"핵심은 인재를 기르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 이영훈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