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시장 개방의 태풍이 불어오고 있다.

세계적인 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이 데이콤과 합작, 국내 디지털
위성방송사업에 진출키로 함에 따라 국내 방송계에 큰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공동투자형식에 참여지분 15%(150억원규모)로 "외자유치"라는 상징적
의미가 크지만 방송시장 개방의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데이콤이 10월중 위성 "데이콤샛"을 발사하면 80개 가량의 위성방송
채널을 확보하게 된다.

데이콤은 자회사 DSM(데이콤 새틀라이트 멀티미디어)과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사를 중심으로 국내컨소시엄을 구성, 빠르면 내년 3월부터
시험서비스, 7월부터 상용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도 공중파, 케이블, 위성방송을 포함 130여개의 채널이
공존하는 명실상부한 "다매체 다채널"시대가 열리게 된다.

머독의 한국시장 진출은 그동안 통합방송법 제정 지연으로 겉돌던 국내
방송산업 전반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대표적인 것이 그동안 논란이 돼온 대기업과 언론사의 위성방송사업
허용가능성이 높아진 점.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와 국민회의측은 최근까지도 대기업과 언론사의
위성방송사업 참여에 부정적 태도를 보여 왔다.

국민회의 신기남의원은 최근 여의도클럽 토론회에서 성급한 위성방송
실시의 문제점을 언급하면서 "우리사회의 편향적 구조와 여론독점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기업과 언론사의 위성방송 참여는
곤란하다"는 기존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러나 "외자유치"차원이라 해도 외국 미디어재벌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는
마당에 국내 대기업이나 언론사의 진입을 금지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주)디지틀조선의 김병수 전략기획팀장은 "머독의 국내 위성사업 진출로
새 방송법 통과는 오히려 수월해질 것"이라며 "대기업이나 언론사가
무궁화위성 사용권을 따내 경쟁할지 데이콤주도의 컨소시엄에 참여할 지는
추후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통신의 무궁화위성은 위성방송에 대한 법적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KBS1.2, EBS1.2 등 4개의 시험방송을 제외하곤 공회전상태다.

한편 김대통령당선자가 머독회장에게 "한국에서 방송사업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새로 제정될 통합방송법엔 외국인의
방송사 지분소유 등 각종 규제가 대폭완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막강한 영상소프트웨어와 노하우로 무장한 외국업체들이 속속
진출할 경우 국내 방송업계는 심한 지각변동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아직까지 자리를 잡지 못한 케이블TV는 존립자체가 위협받을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케이블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송사에 대한 외국인 소유지분 한도가 현행
15%에서 최소 30%까지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적자에 허덕이는 많은
케이블업체들이 해외파트너를 적극 물색하게 될것"이라라고 말했다.

< 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