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박봉곤 가출사건"이 일상에 지친 주부의 일탈행위를 그렸다면
극단서전이 공연중인 연극 "결혼한 여자와 결혼안한 여자"
(샘터파랑새극장 1일~3월29일)는 그들을 그렇게 만든 원인을 집요하게
파고든 작품이다.

연출가 박계배씨가 이 연극에서 던지는 질문은 "왜 신경정신과를
드나드는 환자의 90%는 여자인가" "결혼한 여자와 결혼안한 여자의 인생은
얼마나 다를까"라는 두가지.

연출가는 "신경정신과 환자의 절대 다수가 여자인 것은 성차별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는 결혼여부와는 무관하다"는 답을 염두에 둔 것같다.

연출가의 이러한 의도를 보여주는 극중 인물은 30대의 정애와 수인.

정애는 두 딸의 어머니로 아들을 원하는 시댁의 강요속에 사는 평범한
주부.

수인은 광고회사 카피라이터에 만족하지 않고 공부를 더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한 커리어우먼.

연극은 시종일관 권태로운 일상에서 안정이냐 탈출이냐로 방황하는
정애의 독백과 회상으로 진행된다.

정애는 삶에 지칠 때마다 수인을 찾는다.

그러나 수인도 정애만큼 상처받는 삶을 계속하고 있다.

현모양처를 꿈꾸지만 결혼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망가질까 항상 두려워한다.

이런 두려움때문에 수인은 유부남과 어긋난 사랑을 하고 곧 헤어진다.

둘은 모든 것을 털어놓지 않는다.

자신과 다른 길을 걷는 친구가 대가를 받기를 기대하지만 결국은 조금씩
무너지는 30대 여성들의 자화상만을 확인할 뿐이다.

"홍도야 울지마라" "욕망의 섬" 등에 출연, 정감어린 연기로 주목받은
김정연씨와 환퍼포먼스의 "남자충동"에서 선굵은 역을 맡았던 장설하씨가
30대 여인의 갈등을 잘 표현하고 있다.

평일 오후7시, 금 토 일 공휴일 오후4시30분 7시, 월 휴무.

문의 : 763-8969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