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둔 아내에게 좋은 산소를 마련해주려 온갖 애를 쓰는 남편,
남편의 사랑 덕에 생을 쓸쓸하지 않게 마치는 아내...

시한부 인생이라는 자칫 어둡고 암울하게 느껴질수 있는 주제를 따스하게
표현한 영화 "로잔나 포에버"가 젊은 연인들은 물론 중년이상 부부관객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이 영화는 "레옹"의 킬러였던 연기파 배우 쟝 르노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피셔 킹")수상자 메르세데스 루엘이 주연하고 "굿바이 뉴욕,
황금을 찾아라"의 폴 웨일랜드감독이 연출한 작품.

미국자본으로 미국감독이 찍었지만 배경이 이탈리아인데다 단순 소박한
사고방식과 극한상황에서도 웃음짓는 여유때문에 지극히 "이탈리아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소재는 무겁지만 코믹 터치로 표현했으며 차분하고 정감있는 분위기가
특징.

13일(개봉)부터 22일까지 이 영화를 본 관객은 모두 2만3천여명(서울).

IMF 한파로 얼어붙은 극장 경기와 3개관(코아아트홀 뤼미에르 시네하우스)
7백석이라는 비교적 적은 극장규모를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수.

영화평론가 양윤모씨는 "외환위기와 전반적인 절제 분위기때문에
제작비나 수입가가 높은 대작이 주춤한 가운데 정감있고 잔잔한 소품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무심하게 지나쳐온 부부.부자 등 가족관계를 되짚은 영화가 각광받는
추세는 내년 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계열의 작품에는 죽어가는 남편이 사후에 아내에게 배달되도록
편지를 남긴다는 우리영화 "편지", 부자간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체코
영화 "콜리야", 홀홀단신 노인과 고아소녀의 정을 그린 중국영화
"변검"(25일 개봉)이 있다.

"로잔나 포에버"는 20일 개관된 서울 압구정동 씨네플러스(3개관 총9백석)
1개관에서도 상영되고 있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