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TV는 창사특집 자연다큐멘터리 "잡초"(연출 이주갑) 2부작을 제작,
이달말 방영한다.

지난해 기획돼 1년동안 제작된 이 작품은 잡초의 끈질긴 생존전략,
환경파괴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잡초가 갖는 의미, 식물의 감춰진 성과
사랑을 한국식물의 생태계를 중심으로 추적한 다큐.

봄날 논불이 휩쓸고 간 자리에 잿더미를 뚫고 올라와 포자를 퍼뜨리는
쇠뜨기, 비린내를 풍겨 파리를 유혹해 꽃가루를 옮기는 등칡, 한 개체가
6만~8만개의 홀씨를 낳는 민들레, 씨를 퍼트리기 위해 미끼를 달아놓는
애기똥풀 등 50여종의 잡초가 등장한다.

제작진은 동물과 달리 수면이나 먹이잡기 짝짓기 발아등에 짧아야
5~6시간, 길면 4~5일이나 걸리는 식물들의 움직임을 잡아내기 위해 각종
특수장비를 직접 제작해 사용했다.

또 물속의 잡초를 촬영하는 이노비전 카메라와 식물의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잡아내는 저속 촬영장치, 카메라에 장착하는 부속촬영기도
동원했다.

사용한 비디오테이프만 30분짜리 1백70개 분량.

"잡초"는 또 환경면에서 본 잡초의 생태학적 의의를 고성 산불현장과
난지도의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광대한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남긴 고성 산불현장은 조금씩 복구되고
있는데, 그 첨병 역할을 잡초가 맡고 있다.

잡초의 끈질긴 생명력과 특이한 종자 전파력이 황폐해진 땅에 생명을
불러온 것.

또 잡초로 뒤덮인 난지도를 보면 매립쓰레기로 이뤄진 땅이라고는
상상되지 않을 정도다.

이같은 현장취재를 통해 제작진은 "생태계에서 쓸모 없는 존재는
없다"는 대자연의 법칙을 전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