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작가의 작품가운데 어떤 작품이 값이 더 나갈까.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작품성에 따라 값이 차이나기도 하지만 작품의
제작연도에 따라서도 가격차이가 크게 나는 경우가 많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보통은 초기작이 막연하게 비쌀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림은 오래된 것이 반드시 비싼 것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우선 작고작가의 경우 뛰어난 조형성을 보이던 시기의 작품이 가장 값이
많이 나가는게 통례.

드물게 박생광처럼 70세를 넘긴 시기의 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는 수도
있지만 대개 40대중반~50대중반의 전성기때 작품이 각광을 받는게 보통.

또 한창 조형적 실험과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생존작가는 대부분 신작과
구작의 가격이 7대3정도의 비율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림값은 이밖에 그 작가의 대표적 화풍이 무엇이냐에 따라 결정되기도
한다.

청전 이상범은 수묵산수중에서도 하경, 이당 김은호는 인물이나
화훼도처럼 작가의 대표적 화풍의 그림들이 각광을 받는 경우다.

생존작가중에는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운보 김기창은 바보산수와
청록산수, 황창배는 숨은그림과 참새, 이종상은 독도, 이왈종은
도시풍경시리즈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