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 포구에서 부평 쪽으로 난 철도를 따라 걷는다
철도는 언덕 넘어온 잡풀로 뒤덮여 있다
먼 길에 돌아오는 기적의 추억 더듬으며
나는 바지에 흙을 묻힌다
버리려 왔으나 가슴에 담긴 돌멩이
걸음 더욱 무겁게 한다
버려진 철도에 녹슨 몸 부리고
바람 물결에 흔들리는 갈대밭 바라다본다
저곳에 마음 묶던 날이 있었다
그때 나는 슬펐던가 흔들린다는 것은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속도에 실린 생은 끝내 알지 못하리
목표 없는 전진의 대열에서 이탈한 자의
이 불안과 고적 그리고 간장 종지만한 평온이
문득 오래 된 신발처럼 나는 편하다
몸 밖으로 떠돌던 그리움
불쑥 도둑처럼 돌아와 둥둥 풀잎으로 솟아오른다

시집 "시간의 그물"에서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