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광주비엔날레 국제학술 심포지엄이 30~31일 광주 중외공원 관리사무소
강당에서 열렸다.

"지구의 여백"을 주제로 열린 이번 심퍼지엄에는 커뮤니케이션 권위자인
로렌스 그렌스버그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대), 문화이론가 첸콴싱
(대만 청화대), 정치사회학자 한상진 (서울대) 교수 등 국내외 저명학자
16명이 참가, 서양중심 문화에서 탈피해 동서양 및 중심과 주변부가 함께
그려 나갈 21세기 문화청사진의 방향을 모색했다.

한상진 교수는 "전지구화와 포스트콜로리얼리즘"발제를 통해 "동서양의
도식적 구분과 대립은 헌팅톤 교수의 문명충돌론적 전제를 수용함으로써
많은 한계를 보이고 있으며 식민주의논리를 단순히 도치시킬뿐 이것을
넘어서는 다원성과 복합성을 담아내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한교수는 이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는 서구가 거부한 세계의
복합성을 정당히 열어가면서 동양문화와 서양문화의 상이성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상호이해하는 방식으로 문화적 식민주의를 극복할수 있다"고
밝혔다.

"전지구화, 미디어 그리고 문화의 역동성"이란 논문을 발표한
그로스버그 교수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와 그에 연계된 문화 및
미디어 변화를 설명하는데 기존 지리학적 경제학적 접근법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며 "정체성과 소속감을 기초로 공간적 구분을 뛰어넘는
문화지형학이 21세기 문화현상을 이해하는 이론적 단초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문화 변화의 조류아래 광주비엔날레의 위상을 검토한 심광현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는 ""지구의 여백"이란 이번 주제는 "텅빈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생성과 사멸"을 동시에 함축한 철학적 주제"라며
"광주비엔날레가 20세기 역사적 상처를 함축하고 있는 광주민중항쟁의
정신과 21세기 새로운 세계예술의 창조를 매개할수 있는 역동적인 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문화정치적 실험무대"가 되길 주저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 광주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