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화산업의 새 지평을 열어줄 획기적 시도인가, 아니면 단지
언젠가 다가올 해외투자를 한발 앞당긴 것뿐인가.

제2회 부산영화제 (PIFF) 기간중 열린 제1회 PPP (Pusan Promotion
Plan, 11~13일 부산호텔)가 국내외 영화관계자 및 영상산업 관련 대기업의
참여와 관심속에 막을 내렸다.

이 행사는 작품성있는 시나리오를 가진 아시아의 감독 및 제작자와
재원을 가진 유럽 미주 아시아의 주요 투자자 배급자를 연결해 공동투자.
제작 사전판매를 성사시키기 위한 장.

참여자는 네덜란드"포르티시모"사의 바우어 바렌드레이트, 독일
"ARD 데게토"의 클라우스 락쉐비즈, 프랑스 "카날 플러스"의 다니엘
마르케, 칸영화제 사무국의 피에르 리시엥, 영국 "NDF인터내셔널"의
미치오 요시자키 등 세계 영화계 유력인사와 김경식 현대방송 영화사업팀
국장, 최건용 삼성영상사업단 팀장, 차승재 우노필름 대표, 유인택
씨네2000 대표, 정태성 백두대간 이사 등.

프로그램은 올 PIFF 개막작 "차이니즈 박스"의 5개국 합작사례 연구,
아시아 미주 유럽의 아시아영화 수입경험 토의 등으로 이어졌다.

PPP 입안자인 박광수 감독 (PIFF 집행위 부위원장)은 "국제 영화계
유명인사들과 접촉하기 어려운 우리 영화인들이 이들을 직접 만나 한국
및 아시아영화에 대한 생각을 들은 것만 해도 성과"라며 "공동제작은
투자분산으로 개별업체의 위험부담 경감과 시장 확장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의 검열, 한국의 일본자본 금지조항등 나라마다 관련법이
다르고 보수 지불기준도 차이가 있어 사전점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인택 씨네2000대표는 "포르티시모"사가 첫해 7백명 두번째해 3천명
밖에 들지 않은 왕가위의 영화를 5년동안 꾸준히 키워 "달러박스"로 만든
것을 예로 들며 "투자자도 PPP의 설립의도를 존중해 장기적 관점에서
재능있는 감독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편의 한국영화에서 실패한 대기업이 성급하게 한국영화에서
발을 빼고 해외투자에 눈을 돌릴수 있다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PPP에서 이뤄질 수 있는 계약은 한국감독이 해외자본을 만나는 것과
다른 아시아국가 영화인이 우리 대기업 자본을 끌어들여 제작하는 것 등
2가지.이번 행사에서는 후자의 시도가 더 두드러졌다.

해외 참가자의 상당수가 사전지식을 갖고 대우 삼성 현대 일신창업투자를
찾은 것.

한 대기업 관계자는 "유명 홍콩감독으로부터 한국에서 기대하는 것은
돈뿐"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PPP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시네마트",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이프콘"을
모델로 삼아 출발했다.

여기서는 매년 5백~6백편의 신청작 (제작준비단계)중 50여편을 선정해
소개 책자를 만든 뒤 전세계 관계자 5백여곳에 자료를 보낸다.

박광수 감독의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시네마트에서 선정된 뒤
삼성영상사업단, 이광모 감독의 "아름다운 시절"은 이프콘에서 선정된 뒤
SKC의 제작비 지원을 받았다.

집행위에서는 내년 3회 PIFF 시작전에 한국영화 2편을 포함한 PPP참가작
10편을 선정할 방침이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