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1일 시작된 97서울 세계연극제가 45일동안의 일정을 마치고
15일 폐막된다.

이번 연극제는 전세계 27개국 3천여명이 참가, 서울과 경기도 과천의
23개 공연장에서 연극 마당극 무용 음악극 등 모두 1백10편이 넘는 공연을
펼친 "공연예술의 올림픽"이었다.

그러나 이런 매머드급 규모에도 불구하고 이번 세계연극제는 공연
관계자들의 잔치로 끝났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수십년에 한번 올까말까 한 기회를 국내 공연예술의 저변확대로 잇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반인들이 연극제를 외면했다는 사실이 이러한 지적의 근거.

해외공식초청공연, 세계마당극큰잔치, 서울연극제 등 이번 연극제 7개
부문의 총관객은 30만여명.

이중 18만명이 세계마당극큰잔치에 몰렸다.

세계연극제의 핵심인 해외공식초청 연극.무용.음악극에는 4만명 정도가
입장, 객석 점유율은 70%였다.

그나마 유료관객은 2만5천여명으로 당초 기대한 7만명 입장, 5만명
유료관객의 절반에 그쳤다.

"어떤 공연의 경우에는 7백석 규모의 극장에 관객은 1백명 정도로
그나마 연극계 종사자나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는 문예회관 관계자의
말은 썰렁했던 분위기를 잘 나타낸다.

세계연극제가 일반인들에게 다가가지 못한 첫째 이유는 대회조직위의
준비 부족과 무성의.

외국초청작의 경우 자막처리를 하지 않아 무슨 내용인지 알수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

작품을 설명하는 팜플렛이 부실하다는 불만도 잇따랐다.

그리스 아티스극단의 "안티고네"를 봤다는 문경석(28.D증권 대리)씨는
"대사가 그리스어인데다 작품설명 팜플렛도 제대로 안돼 내용이 뭔지 전혀
알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종합공연전산망인 "티켓네트"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연극제의 효율적
진행을 가로막았다.

23개 공연장과 6개 한일은행 지점을 연결해 어디서나 원하는 공연의
티켓을 예매할수 있다던 홍보와 달리 "티켓네트"가 수작업보다 느리고
예매 여부도 틀린 경우가 속출했다.

물론 이번 세계연극제가 일반인과 연극인이 함께 하는 축제가 되지
못한데는 어수선한 사회분위기도 한몫 했다.

정진수 연극협회이사장은 "경제가 어려워 일반인들이 편한 마음으로
공연을 관람하기 어려웠으며 9월이후 대선정국이 본격화돼 국민들의 관심을
연극제에 끌어내기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다만 세계마당극큰잔치의 성공과 몇몇 우수 외국초청작이 국내 연극계에
신선한 문화적 충격을 준 것으로 평가됐다.

마당극큰잔치는 탁트인 야외를 배경으로 관객과 배우가 일체되는 무대를
마련, 대성공을 거뒀다.

또 미국 라마마극단의 "트로이의 여인들",베네수엘라 라하타블라극단의
"아무도 대령에게 연락하지 않는다", 일본 가이타이샤극단의 "도쿄 게토"
등은 구성과 연기가 뛰어난 작품으로 꼽혔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