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하 < 서울시립대 교수 >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경제문제에 대하여 가능한 한 정확한 인식을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을 보면 경제문제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은 크게
왜곡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시장현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단세포적인 반자본주의.반자유주의.
평등지상주의의 정서만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면서 그것이 경제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라고 착각하는 사례가 아주 흔한 것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문학 분야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특히 심각하다.

문학이란 원래 다소간 이상주의적이고 관념편향적인 성격을 지니게
마련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까지야 이해가 되는 면도 있지만 "이건 정말
너무한데"하는 탄식이 나오게 만드는 사태를 접할 때가 헤아릴수 없이
많다면 아무래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학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이런 고민을 오랫동안 간직해 온 나로서는
"시장현상과 대중경제지식"이라는 책을 처음 발견했을 때 참으로 반가운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었고 이 책을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한번 정독해
주었으면 하는 소망을 갖게 됐다.

"시장현상과 대중경제지식"은 김정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하영원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세 사람이 공동으로 집필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바로 위에서 내가 제기한 문제를 경제 분야 가운데서도
특히 첨예한 쟁점들이 집중되어 있는 기업.부동산.시장개방이라는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눠 상세하게 검토하고 있다.

그런 다음에 그들은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경제 문제에 대하여
근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을 가지게 된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따지고 이러한 사태를 극복할 길을 모색한다.

이 모든 논의의 과정이 지극히 평이하면서도 조리정연하고 침착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성숙한 이성적 사유의 한 모범을 보는 듯하다.

정말로 만인의 일독을 권할 만한 책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