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27일~10월17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공연된다.

삼성영상사업단이 18억을 들여 만든 이번 "웨스트..."는 기존의 국내
뮤지컬과 달리 성악전공자들이 주연을 맡아 연극계는 물론 음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연기도 연기지만 음악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한 최주희 류정한씨.

마리아역의 최씨는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왕과 나"에
순진한 미얀마 처녀로 출연, 96년 토니상 여우조연상 후보에까지 오른
기대주.

류씨도 7월에 열린 공개오디션에서 4백대 1의 경쟁을 뚫고 발탁됐다.

최씨와 류씨는 이번 작품에서 "투나잇" "마리아" "섬웨어" 등 모든 노래를
"원음높이 그대로" 소화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웨스트..."를 공연한 국내 극단에선 음계를 낮춰서 불러왔다.

배경음악은 정치용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교수가 맡았다.

정교수는 번스타인 원전에 충실한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32인조 오케스트라
를 조직했다.

이 오케스트라엔 KBS 교향악단 수석 트럼핏주자였던 홍콩인 장백구씨 등
국내 주요 오케스트라 수석을 지낸 연주자들이 여러명 참가했다.

정교수는 "작품 전체에 흐르는 미국식 재즈를 우리에게 맞게 되살려내려
색소폰과 트럼펫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외국인 뮤지컬전문가를 영입한 것도 관심거리.

브로드웨이에서 "아가씨와 건달들" "코러스 라인" "캣츠" 등을 연출한
키이스 베르나도씨와 "오페라의 유령" "송 앤드 댄스" "요셉... 놀라운 꿈의
외투" 등을 안무한 레지나 알그린씨가 연출과 안무를 맡았다.

문제는 최주희씨의 말할때 소리가 다소 적다는 것과 류정한씨의 무대경험이
없다는 것.

그러나 저음에서 고음까지 사랑의 멜로디를 매끄럽게 처리할 성악전공자들의
빼어난 보컬과 정치용교수의 경쾌한 배경음악이 단점을 극복할수 있을 것
이란게 뮤지컬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지난 58년 초연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세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대적 감각으로 각색, 뉴욕 뒷골목 갱단들의 세력 다툼속에서
싹트는 비극적 사랑을 그린 정통 브로드웨이뮤지컬.

세계적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음악을 맡아 뮤지컬의 새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