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식 코미디가 호주에서도 통했다.

박중훈 주연의 영화 "현상수배"가 7일 "WANTED"라는 제목으로 호주
시드니 "빌리지 로드쇼" 극장에서 개봉됐다.

한국영화 최초로 해외에 직배돼 화제를 모은 "현상수배"는 스타를
꿈꾸는 배우지망생 제이 (박중훈)가 갱두목 써니 (박중훈)와 얼굴이 닮아
현상수배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경쾌한 웃음과 시원한 액션으로 풀어간
코믹 갱스터영화.

기획단계부터 본격 오락영화로서 해외시장 진출을 겨냥, 호주 현지
스텝과 배우를 기용, 99% 영어대사로 시드니에서 제작됐다.

10일 시사회에 이은 11일 첫상영에는 6백50석 규모의 극장이 꽉차 영화의
흥행성공을 예감케 했다.

시드니 현지 교민이 대부분인 관객들은 제이, 써니의 1인2역을 맡은
박중훈의 코믹연기에 박장대소했고, 영화상영이 끝나자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듬성듬성 자리를 차지한 호주인들도 박중훈의 변화무쌍한 표정연기와
코믹한 상황에 폭소를 연발하며 호응했다.

이같은 호응에 고무된 정흥순 감독은 "로버트 머모네, 스티브 베스토니
등 출연배우들이 호주에서 인기가 높은데다 시나리오를 자주 봐주며
호주에서도 통할수 있는 웃음만들기에 주력했기 때문에 호주 흥행은
낙관적이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1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중훈씨는 "주연한 영화가 시드니의 종로3가
격인 죠지스트리트에 걸려 기쁘다"며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결과가 좋아 한국영화의 해외진출에 초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호주의 3대 극장체인중 하나인 "빌리지 로드쇼"의 마케팅 매니저
죠지 리버리씨는 "극장에 아시아권 영화를 걸기는 이번이 처음이다"라며
"최근 영상산업 분야에서 한국이 급부상중이고 영화시장 역시 상당히 크다.

"현상수배"의 개봉은 할리우드영화 투성이인 호주극장가에 아시아권
영화가 진출한 것이라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 극장에는 11일 "현상수배"와 함께 "맨 인 블랙" "스피드2"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동시에 개봉돼 흥행대결을 펼친다.

"현상수배" 측으로는 부담스럽지만 현지 호응과 시드니 현지교민이
유학생을 포함, 5만여명임을 감안하면 애초 목표인 2만명 동원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제작사인 "씨네2000"의 유인택대표는 ""현상수배"가 "상업영화의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초기 목표를 달성하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경쟁력있는 좋은 영화를 만들어 해외에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상수배"는 호주 개봉에 이어 13일 서울극장 씨네하우스 등 서울
10여개 극장을 비롯한 한국 전역에서 개봉된다.

시드니의 한 유학생은 "빌리지쇼같은 시드니의 메인극장에서 한국영화를
보는 것은 처음"이라며 "박중훈씨가 영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며 멋진
코믹연기를 펼치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 시드니 (호주)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