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청 직원들은 매월 1일 열리는 정례조회에 앞서 10분간 공연
관람객으로 변한다.

회의장에 상설 문화마당이 열리기 때문이다.

전통무용이나 시조 창 판소리뿐아니라 가곡과 실내악 소리가 조회장을
수놓는다.

"구청 직원들이 문화마인드를 가져야 구 전체에 문화의 향기가 퍼지지
않겠어요.

딱딱한 공무원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도 있고요"

이기세 송파구 문화공보담당관의 얘기다.

국내 최고의 문화자치구를 자랑하는 송파구는 이처럼 구청의 행정부터
문화화를 지향한다.

송파의 문화 이미지는 주위를 둘러싼 환경에서 시작된다.

송파에는 풍납토성을 비롯 몽촌토성, 석촌동 적석총, 방이동 백제고분군
등의 유적이 들어서 있다.

공원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67만명의 인구에 서울시 전체 면적의 5.6%를 차지하고 있는 송파구는
올림픽공원과 송파나루공원 아시아공원 오금공원 등 1백7개의 크고 작은
공원을 갖고 있다.

주민의 80.9%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살고 있으며, 주민의 82.9%가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문화자치를 펼치기에 안성맞춤인 셈이다.

이같은 배경속에서 송파구는 문화행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물론 대규모 문화시설을 만드는 것도 대규모 축제를 벌이는 것도
아니다.

생활주변 곳곳에 작지만 다양한 문화공간과 프로그램을 꾸며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앞장서겠다는게 송파구의 의도.

이 목표아래 2년동안 많은 공간과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청소년을 위한 구립도서관이 세워지고 야외공연장도 조성됐으며
테마거리와 테마공원도 꾸며졌다.

시와 그림의 광장, 송파미술관 등이 세워졌으며, 동별 소규모 도서관과
향토역사관 건립도 추진되고 있다.

어머니교향악단 구립합창단 실버악단 실버합창단 등을 만들어 공연토록
한다.

단원들은 월급을 받지 않아도 기꺼이 무대에 선다.

7월에는 관내 무형문화재기능보유자들로 짜여진 국내 최초의
구립민속예술단도 발족시켰다.

송파구는 한걸음 나아가 노인과 청소년을 위한 문화프로그램도 다양하게
기획하고 있다.

노인문제와 청소년문제도 문화를 통해 풀어보자는 전략이다.

지난 5월에는 송파노인문화제를 열어 노래와 춤 그림 등에 관심 있는
노인들로 하여금 한바탕 신명나는 잔치를 펼치게 했다.

송파구민 뿐만이 아니라 경향 각지에서 소식을 듣고 온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여들어 전국 규모의 축제를 방불케했다.

이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문화체육부 선정 "올해의 문화자치단체"로
뽑혀 청동조각상을 받았다.

< 오춘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