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 한경서평위원회 선정

( 아리모토 다테오 저 김종회 역 한국경제신문사 간 )

우선 흥미로운 책이름에 이끌려 책장을 서둘러 넘겼다.

가벼운 터치의 읽을거리로 채워진 것이 아닌가 하는 예상과는 달리
과학기술을 정면에서 다룬 역사서이자 과학기술정책론과 문명론 과학기술
계몽서로서의 성격을 고루 갖춘 책이었다.

내용이 다양하고 깊이 있는데다 설득력까지 있어 과학기술 행정관청의
과장급 인물이 쓴 저서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다방면의 교양을 바탕으로 한 과학기술사 대가의 역작을 방불케 하는
호저임에 틀림없다.

저자가 수학한 교토대학이란 곳이 2명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와 1명의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했을 뿐 아니라 과학기술에 강한 명문철학과를
갖고 있기에 이처럼 특이한 저자가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과학은 고대 그리스에서 싹텄으니 2천년이상의 역사를 갖는다.

기술의 역사는 그보다도 훨씬 오래여서 심지어 인류 탄생과 함께 역사가
시작됐다는 사람까지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에서 5백년전에 탄생한 근대 과학기술을 시야에 넣고
국민국가와 산업주의라는 현대국가안에 하나의 체제로 확립된 과학기술의
2백년 역사를 주로 다뤘다.

저자는 과학기술 활동의 중심이 르네상스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략
이탈리아에서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독일을 거쳐 미국으로 이동했다고
말한다.

이처럼 이동한 원인으로는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19세기초부터 국민국가의 테두리안에서 정비되고 확충됐던
국가별 과학기술체제의 특징이 그 나라의 과학기술 성쇠에 큰 영향을 준
것은 명확하다.

저자는 이책을 10개장으로 나누어 썼다.

제1장은 과학기술활동의 번영과 쇠퇴로서 4개 항목으로 나눠져 있다.

제2장은 19세기 유럽에서의 과학기술체제변혁 역시 4개 항목으로 돼 있다.

제3장은 비유럽에서의 과학기술도입으로 6개항목에 대해 서술돼 있다.

저자의 관심은 구미에만 고정된 것이 아니라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여러 나라에도 쏠리고 있다.

제4장은 19세기말의 세계인데 2개항이고, 제5장은 19세기말부터 20세기초
구미 과학기술체제의 변혁(4개항), 제6장은 미국의 경제와 유럽의 몰락
(6개항), 제7장은 경제공황과 정부주도의 과학기술체제확립(4개항)이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후 과학기술의 번영(제8장 7개항), 20세기말 세계의
과학기술의 과제(제9장 3개항), 21세 일본과학기술체제의 변혁(제10장
4개항) 등으로 구성돼 있다.

6~8장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겠으나 저자의 시각은 어디까지나 대변혁기에
처해 있는 일본 과학기술의 변함없는 위치고정이라는 문제에 쏠려 있다.

따라서 저자의 주장은 제10장에 압축돼 있다고 보면 무난할 것이다.

이 책을 번역한 과학문화연구원의 김종회 이사는 미완성이었던 원고(일본
과학기술정보센터의 "정보관리"연재)를 완성토록 저자를 독려했고 거기다가
일본보다 한국에서 먼저 단행본으로 펴내게 한 산파역이기도 하다.

평이하고 간명하게 옮겼을 뿐 아니라 저자를 대신해 보충설명까지 곁들인
친절이 돋보인다.

그냥 한두번 훑어볼게 아니라 표 그림 부록 등을 참고하면서 꼼꼼히 읽으면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이다.

이종수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홍보부위원장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