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시각으로 한반도 통일을 예견한 소설 "드래곤 스트라이크"(험프리
헉슬리,사이먼 홀버튼공저 박병우역 한국경제신문사)가 출간돼 화제다.

홍콩을 넘겨받은 중국이 대만을 합병, 동남아 일대의 영유권과 세계패권을
노리는 과정에서 남북한의 전면전이 벌어지고 경제력을 앞세운 남한이 북한
을 흡수통합하는 방식으로 통일을 이룬다는 내용.

저자 두사람은 영국 BBC방송 중국지국장과 파이낸셜타임스 홍콩지국장을
지낸 언론인.

각종 군사자료와 중국공산당 발표문, 일본 정부의 방침등을 활용해
시나리오의 신뢰도를 높였다.

에너지전쟁시대에 석유자원이 풍부한 남중국해의 주권을 주장하는 중국측의
의도와 주변국가및 미국 일본의 반응이 설득력있게 그려졌다.

2001년 2월18일 새벽.

중국군이 베트남 해군기지를 폭격하고 남중국해 군도를 강점한다.

"드래곤 스트라이크"는 이 작전의 암호.

인질로 잡힌 유정 노동자들을 구출하려던 군함이 격침되자 미국은 항공
모함을 중국으로 진격시키고 이에 맞서 중국 핵잠수함이 워싱턴으로 향한다.

영국과 프랑스도 자국의 이해관계 때문에 곧바로 분쟁에 휘말리고 위기를
느낀 일본은 허겁지겁 핵무기로 무장한다.

이같은 열강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반도의 움직임이 중요한 변수로 등장한다.

북한 특수부대 요원들이 소형 잠수함을 타고 서울에 침투, 이태원 상가와
지하철에 자동소총을 난사하는 등 게릴라전을 감행한 것.

곧이어 북한의 탄도미사일 "대포동"이 날아오고 이를 공중폭발시킨 한국은
즉각 전투비행 대대를 보내 보복공습한다.

그러자 북한요원들은 시한폭탄과 수류탄 기관총으로 서울 국제공항을 파괴
하고 한국 특공대원들도 북한 잠수함기지를 공격한다.

국지전을 벌이던 남북한은 마침내 전투기와 탱크를 동원, 전면전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경제력을 중시한 중국은 남한을 지원키로 하고 특수
부대를 평양에 보내 김정일을 납치, 연길에 감금시킨다.

북한 전투기의 가미가제식 자살비행으로 63빌딩이 완파되는 장면도 등장
한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은 북한을 한시적인 식민지 형태로 통치하고 두개의
시스템을 가진 단일국가로 통일을 이룬다.

한국 대통령이 미국에서 교육받은 "김홍구"라는 인물로 설정된 점이
흥미롭다.

중국인들의 장사꾼 기질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도 재미있다.

인민해방군이 전쟁 사전정보를 가진 내부자로서 원유가격 폭등과 엔화폭락
에 따른 선물 주식 외환시장의 혼란을 조정하며 가랑잎 긁듯 돈을 쓸어
모으는 장면은 미래경제의 단면을 보여준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