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

17세기 "비올라 다 감바" 연주자인 생트 콜롱브와 그의 제자 마랭 마레의
삶을 다룬 수작이다.

프랑스 국민배우 제라르 드 파르디유(마랭 마레)가 눈물을 흘리며 "비올라
다 감바"를 연주하는 모습은 쉽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의 장면이다.

고음악(Early Music)이 풍성하게 흘러나오는 이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은
음악감독을 맡은 호르디 사발(Jordi Savall).

잘 알려지지 않은 바로크음악가들인 생트 콜롱브의 "눈물"과 마랭 마레의
"생트 콜롱브를 위한 무덤" 등의 곡들을 비올라 다 감바와 하프시코드 등
원전악기로 완벽하게 재현,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었고 고음악팬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스페인 태생의 사발(56)은 30년이상 고음악을 발굴, 연주하는 일에 헌신한
음악가.

원래 첼로주자였으나 20대 중반에 비올라 다 감바의 유연성과 독특한
음색에 사로잡혀 고음악연주에 몰두했다.

74년엔 고음악전문실내악단인 "에스페리옹20"을 창단, 엄격한 원전해석에
근거한 생명력 넘치는 연주를 들려줬다.

특히 78년 이 악단이 작자미상의 1550년께 음악을 모아 녹음한 "음악의
즐거움"은 르네상스음악가들의 숨결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76년이래 사발이 고음악전문 레이블인 오비디스에서 녹음한 음반만해도
60여종.

또한 바로크음악 연주자로서는 보기 드물게 연간 1백회 이상의 연주회를
가지며 "잊혀진 음악의 거장"이라 불리고 있다.

얼마전 오비디스는 사발의 공로를 기념하기 위해 그만의 전문 레이블인
"폰탈리스"를 만들어 화제가 됐다.

최근 폰탈리스에서 사발이 지휘한 음반2종이 나왔다.

원전악기 오케스트라 "르 콩세르 데 나시옹"과 함께 한 "베토벤 교향곡3번
-에로이카"와 "에스페리옹20"이 연주한 "자무엘 샤이트-루디 무지치 1부"가
그것.

"베토벤..."은 그동안 르네상스와 바로크 레퍼토리에 전념하던 사발이
고전파 교향곡음악에 도전해 흥미를 끈다.

이 음반에서도 고음악과 마찬가지로 사발은 베토벤이 지시한 템포에
충실한 전형적인 정격연주를 들려준다.

한 음반평론가는 "가디너나 브뤼헨의 연주가 차갑고 단정하다면 사발의
연주는 라틴계의 열정을 펼쳐놓은 듯한 뜨거운 연주"라고 평했다.

"자무엘..."에서는 독일초기 바로크 무곡 모음곡인 루디 무지치를
포근하고 우아하게 들려준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