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열치열이냐,이냉치열이냐"

화산이 폭발하고 시뻘건 용암이 거리를 뒤덮는 "뜨거운" 재난영화
"볼케이노"와 정체불명의 괴물이 스프링클러의 물줄기가 쏟아지는
어둠침침한 건물을 휘젓고 다니는 "차가운" 공포물 "레릭".

지난 5월말 나란히 개봉돼 흥행대결을 벌인 두 작품이 이번엔 비디오로
나와 안방에서 열.냉 대결을 펼친다.

2편 모두 스타를 앞세우기보다 할리우드 최고의 기술팀이 만들어낸
특수효과를 내세운 작품들.예년과 달리 8월 신작 목록에 액션대작이
보이지 않아 두 영화가 대여순위에서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볼케이노"는 LA시내 한복판에서 발생한 화산 폭발로 일어나는 긴박한
상황을 스펙터클한 화면에 담아낸 전형적인 재난영화.

"보디가드"로 유명해진 믹 잭슨 감독이 "JFK"와 "도망자"의 개성파
연기자 토미 리 존스와 손을 잡았다.

LA 상수도국 직원 7명이 지하 상수도 점검중 분사체로 발견된다.

LA 비상대책센터 책임자 마이크 로크(토미 리 존스)는 현장조사에
나섰다가 지질학자 에이미 반즈(앤 해처)로부터 화산 폭발의 징후를
듣지만 이미 늦었다.

화산은 벌써 불을 뿜었고 용암이 시내 중심가로 흘러든다.

로크는 소방차와 헬기를 이용, 용암을 1차로 막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더 큰 용암줄기가 지하철 선로를 따라 흐르고 있음을 발견하고
용암이 지상으로 분출될 지점을 찾아낸다.

그 분출지점은 시가지의 입구격으로 숱한 환자들이 몰려있는 임시
재난병원이 있는곳.

게다가 발을 다친 로크의 외동딸도 그곳에 있다.

로크는 근처의 대형빌딩을 폭파시켜 용암을 바다로 흘려보낸다.

거대한 세트를 세워 재현한 LA거리를 끊임없이 밀고 들어오는 용암의
거대한 흐름, 수십대의 헬기가 물을 퍼붓는 모습, 신축중인 빌딩을
무너뜨리는 장면등은 대단한 볼거리.

하지만 재난영화에 필수요소인 휴먼드라마적인 측면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용암덩어리와 건물 무더기 속에서 상처 하나 입지 않고 걸어나오는
주인공의 만화같은 모습은 특수효과를 통해 고조된 관객의 몰입상태를
일순간 무너뜨린다.

"레릭"의 주인공은 포유류와 파충류, 거기에 곤충과 거미를 합친 형상에
인간의 심성을 갖춘 괴물 "코도가".

"쥬라기공원" "에이리언" "터미네이터1, 2편"의 캐릭터를 만든 스탠
윈스턴과 컴퓨터그래픽의 합작품이다.

코도가는 끝없이 성장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특기는 사람 머리통
뜯기.

뇌속에 있는 시상하부를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브라질에서 막 도착한 산토스 선상에서 머리가 뜯겨져 나간 시체들이
발견된다.

시카고 자연사박물관에서 일하는 여성과학자 그린박사는 이 배에서
운송돼온 유물 속에서 기이한 식물 잎사귀를 발견한다.

이어 정체를 알수 없는 괴물이 박물관에서 사람들을 공격한다.

위험을 알면서도 박물관측은 재정압박을 덜기 위한 개관 기념파티를
강행한다.

신체 부분만 보이며 잠깐씩 등장하던 코도가가 완전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영화가 시작된 지 70분이 지나서부터.

코도가와 박물관속에 갇힌 사람들간의 스릴 넘치는 사투가 나머지 30분을
장식한다.

화염에 싸인 채 그린박사를 쫓는 코도가의 추격신은 특수효과의 위력이
드러나는 최고의 장면.

"레릭"엔 보통 이런 장르에 구색맞추기식으로 들어가는 로맨스나 문명비판
같은 요소가 전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과 공포로 일관한다.

피터 하이암즈 감독, 페넬로프 앤 밀러, 톰 시즈모어 주연.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