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고 사나운 발에 밟힌 풀처럼 되고 보니
세상에는 풀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한다

풀이 되어 나지막이 앉고 보니
풀의 키가 참 높다는 생각도 한다

풀이 되어 힘없이 주저않고 보니
풀의 팔은 쇠보다 강하다는 것도 알게 된다

풀 한 잎을 밟는 것은
하늘을 밟는 것이다

풀 한 포기가 눈물을 흘리는 것은
하늘이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시집 "장미의 딸"에서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