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쇼생크 탈출"을 본 사람이면 잊지 못할 장면.

교도소에서 주인공 앤디(팀 로빈스)는 우연히 발견한 레코드를 간수 몰래
틀어 죄수들의 지치고 거칠어진 마음을 달랜다.

그때 흘러나오는 음악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중 이중창
"저녁바람이 부드럽게".

"이탈리아 여자들이 부르는 노래가 이토록 아름다운지 처음 알았다"는
앤디의 독백에 "나도 그래"라며 고개를 끄덕인 관객이 많았을 것이다.

감동에 취해 "피가로의 결혼" 음반을 찾아 레코드점을 기웃거린 사람들도
있지 않았을까.

지금까지 많은 감독이 클래식음악을 영화에 사용해 작품의 효과를 극대화
시켰고, 관객은 스크린 위를 흐르는 아름다운 선율을 통해 클래식에 좀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하지만 클래식에 조예가 깊지 않은 사람은 영화속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다시 듣고 싶어도 곡의 이름을 몰라 답답한 적이 많았을 것이다.

클래식음악이 빛나게 쓰인 영화들을 소개한 책 "시네마클래식"(황금가지
이경기 저 1만7천원)이 나왔다.

이 책은 "전함 포템킨" "황금광시대" 등의 고전에서 "샤인" "빠드레
빠드로네" 등의 최신작을 망라, 총 1백34편의 영화 내용과 1백60여곡의
해설을 실었다.

저자는 오랫동안 영화기자를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쉽고
재미있게 클래식을 이해하고 접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CD크기로 제작된 이 책은 가나다순으로 영화를 수록했고 클래식곡을 담은
대표적인 명반의 사진을 실었다.

또 뒷부분에 "작곡가별 수록 목록" "작곡가 전기영화 목록" "클래식용어
해설 모음"을 집어 넣어 영화클래식 백과사전으로도 손색이 없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책에 포함된 CD.

황금가지가 폴리그램에 주문 제작한 이 음반은 세계 클래식거장들의
연주가 담기고 음질도 뛰어나 메이저음반사의 편집앨범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테너 주세페 디 스테파노가 부르는 푸치니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
(이스트윅의 마녀들),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가 연주하는 쇼팽 "피아노
전주곡 2번"(가을 소나타) 등 12곡 수록.

무엇보다 영화 "디바"에 나오는 카탈리니의 오페라 "라 왈리"중 "먼곳에"
를 전설적인 소프라노 레나타 테발디의 목소리로 듣는 것이 반갑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