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과 노랑의 명쾌한 캐릭터로 어린이들에게 인기높은 "배트맨"은 실은
세상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묵시록이다.

배경으로 등장하는 "고담"이라는 도시 이름은 성서속의 소돔과 고모라를
합성한 단어.

고도로 문명이 발달한 그곳은 비인간적이고 어두운 색채로 가득찬데다
늘 도시전체를 집어삼킬 정도로 막강한 악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배트맨 시리즈의 제4편 "배트맨&로빈"도 이런 기본구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어둠으로 가득한 도시광경은 관객을 압도하며 배트맨과 악당의 싸움 또한
적당한 긴장 속에 전개된다.

언제나 결과는 배트맨의 승리.만화(원작은 1930년대에 처음 만화로
등장했다)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을 쉽게 눈치챌 만큼 단순한 결말이다.

전편 (배트맨, 배트맨2, 배트맨 포에버)과의 차이는 주인공이 커플로
등장한다는 것.

배트맨 (조지 클루니)은 용감한 청년 로빈 (크리스 오도넬), 그의 적
미스터 프리즈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악녀 포이즌 아이비 (우마 서먼)와
한쌍을 이룬다.

남녀 청춘스타와 근육질배우를 고루 섞은 것은 다양한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선악을 단선적으로 구분짓지 않는 구도.

악의 화신 미스터 프리즈는 병든 아내를 치료하려 극저온실험을 하다
냉동인간이 됐고 고담시를 공격하는 이유도 거액을 마련해 아내를 살리기
위해서다.

포이즌 아이비 또한 원래 식물학자였다가 불의의 사고로 달라진 인물.

선한 존재라도 영원히 그렇다는 법은 없으며 악한 존재라 해도
일방적으로 매도할수 없다는 "유연한 사고"를 보여준다다.

배트맨시리즈는 미국에서 개봉 때마다 그해 흥행 3위안에 드는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후련한 액션물을 기대하는 우리 관객들에게는 미국에서 만큼
환영받지 못했다.

"배트맨&로빈"이 이전의 징크스를 깰수 있을지 궁금하다.

26일 개봉.

<조정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