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대여업계에 감축 회오리가 거세다.

대우영상사업단 삼성영상사업단 SKC 등 비디오렌탈 시장을 지배해온 대기업
3사가 장기불황에 따른 적자경영을 극복하기 위해 일제히 유통망 축소에
들어간 것.

최근 계열사인 우일영상의 마케팅및 관리부서를 세음미디어로 통합하는 내부
조직 개편을 마친 대우는 현재 전국 20개 영업소를 갖춘 우일영상의 방대한
직판조직을 7월말까지 축소 재정비할 예정이다.

대우는 그동안 해외판권 구매및 국내영화 제작을 통해 확보한 신작타이틀을
우일과 세음에 분산 공급하던 것을 8월부터 세음미디어의 브랜드인 시네마트
로 통합한다.

우일은 직배사인 20세기폭스, 콜롬비아 비디오의 판매대행만 담당할 예정.

이 과정에서 우일과 세음을 합해 5백여명의 영업사원이 감축되는데다 판매량
감소를 우려하는 직배사들의 반발이 심해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일영상은 지난 5월 물량감소와 회사방침에 불만을 품은 5개 영업소에서
영업을 거부하는 사건이 발생한데다 내부감사 결과 사장이 해임되는 등
파동을 겪은 것이 조직개편의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주)스타맥스에서 스타맥스와 드림박스 2가지 브랜드와 유통망을
가지고 영업했으나 8월초부터 "드림박스"로 일원화한다.

현재 드림박스 9개와 스타맥스 4개 등 13개 영업소 1백46명을 재편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직판영업 규모가 대우의 30%수준이어서 통합작업은 순조로운 편.

그동안 2개 유통망을 유지할 만큼 물량을 공급하지 못해 영업사원 이탈이
많았고 이 때문에 자연감소된 인력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통합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SKC는 서울 부산 대구의 직판영업소를 없애고 비디오영업 조직을 대리점
체제로 단일화시키기로 했다.

기존 영업사원들은 새로 계약하는 대리점에 흡수시키거나 전직시킬 방침
이다.

SKC는 지난 2월 직배사와 결별한 이후 근근히 버텨왔으나 직판영업망을
유지할 만한 대박급 영화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비디오 3사의 구조조정 작업을 최근 악화된 비디오시장
상황의 직접적인 여파로 분석하고 있다.

우일영상 시네마트 스타맥스 드림박스 SKC 새한 영성 CIC 등 8개 비디오
메이저 제작사의 올해 1~5월 총매출액은 7백26억여원(셀스루 제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백66억여원에 비해 무려 25%나 감소했다.

시장규모에 비해 너무 높은 물류비용도 원인으로 꼽힌다.

스타맥스 마케팅부의 김기현씨는 "일본의 경우 물류비가 총비용의 7%인데
우리나라는 12%나 된다"며 "95년 이후 시장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업계
공동의 유통조직을 만들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높은 물류비의 유통구조를 만든 것은 대기업 자신이라는
지적이 높다.

80년대말~90년대초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비디오시장에서 치열한 매출
경쟁을 펼치던 대기업들은 경쟁적으로 덩치큰 직판영업망을 구축했다.

그러나 비디오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고 심각한 불황에 직면하자 직판영업망
은 골치덩이로 등장했다.

제작사들은 타이틀 수를 줄이려 해도 일선 영업사원들의 반발에 부딪쳐
여의치 않았고, 본사의 압력에 의한 영업사원들의 무리한 영업은 비디오숍의
대여료 덤핑경쟁을 가능케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직판영업망 재정비 움직임은 사실 늦은 감이
있다.

이를 계기로 기형화된 비디오시장 구조에 대한 전면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고 밝혔다.

<송태형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