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감성에 맞는 새로운 우리 소리"를 추구하는 신세대 국악그룹
"슬기둥"의 새음반 "그 저녁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가 악레이블로
나왔다.

85년 창단된 슬기둥은 국악 클래식 재즈 대중음악등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실험성이 강하면서도 참신하고 듣기 편한 음악을 들려주는
실내악단.

음악계에서 "젊은 이무지치"라 불릴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을 뿐더러
활발한 연주활동과 방송출연을 통해 대중적인 인기도 얻고 있다.

93년 기존 단원인 이준호(소금 대금 작곡 지휘), 강호중(피리 기타 노래),
정수년(해금)에 권성택(가야금 북), 허윤정(거문고 아쟁), 원일(피리 태평소
타악 작곡), 김용우(장고 노래 작곡), 민영치(대금 타악 작곡), 홍동기
(신시사이저 작곡)등 출중한 젊은 음악인이 가세한 뒤 음악이 더욱 힘있고
패기 넘치며 레퍼토리 또한 다양해졌다.

"그 저녁무렵부터..."는 슬기둥이 멤버 교체후 처음 내놓는 음반이자
91년 6집 발표 이후 6년만에 선보이는 7집.이전 앨범들이 김영동 채치성
조광재등의 창작곡과 노래 위주로 구성된 데 비해 이번 7집은 주로 슬기둥
단원들의 창작기악곡들로 채워졌다.

타이틀곡인 "그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이준호 작곡)는 눈덮인
설악산에서 밤을 지내고 동트는 새벽을 맞는 느낌을 표현한 해금독주곡.

신시사이저와 기타의 차분한 반주 위에 정수년이 연주하는 해금의
독특한 색깔과 애잔한 선율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신푸리"(이준호)는 농악장단의 흥겨움에 재즈풍이 가미된 곡.

별달거리 장단을 기본으로 일정한 테마위에 소금 해금 신시사이저 등 각
악기가 주고 받는 솔로의 즉흥적인 연주가 신명나게 펼쳐진다.

강호중이 애절하게 부르는 "그대를 위해 부르는 노래"는 신경림시인의
시 "씻김굿"에 슬기둥의 소리로 선율을 입힌 곡.

이밖에 목탁의 경쾌한 리듬이 인상적인 소금독주곡 "여행", 경기뱃놀이를
새로 풀어낸 "신뱃놀이" 등 총 8곡이 수록돼 있다.

고리타분하고 난해한 창작음악이 아니라 대부분 특정 주제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풀어낸 정감이 넘치는 곡들이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