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수준에는 자신 있지만 외모에 열등감을 가진 남자, 현대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며 불안정한 도시인, 좋아하는 여성에게 거절 당할까 봐
두려워하는 남성, 미국의 상층부에 속하면서도 묘한 소외감을 느끼는
유태인.

영화를 좀 안다는 사람이라면 "이런 특성을 가진 인물을 자주, 그리고
잘 묘사하는 감독이 누구냐"는 물음에 주저 않고 "우디 앨런"이라고 답한다.

그리고 그 대부분이 우디 앨런이 바로 그런 사람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앨런을 잘 아는 사람은 이런 인상은 추측일 뿐 "진짜 앨런"은
스스로에게 철저하고 노련한 프로며 진지하고 의식있는 예술가라고 전한다.

스웨덴의 영화감독겸 평론가 스티그 비에르크만의 책 "우디가 말하는
앨런" (이남 역.한나래)은 우디 앨런과의 대담을 통해 그의 참모습을
정리했다.

이 책은 1935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살아온 뉴요커로서의 앨런,
16세때부터 코미디작가로 활동하다가 영화 시나리오를 쓰게 된 일, 첫 작품
"돈을 갖고 튀어라"를 비롯한 일련의 단순 코미디물, 77년 영화 "애니 홀"
이후 확립해온 독자적인 영화세계, 근작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
등에 나타난 여유있고 폭넓은 인생관 등 그의 작품과 삶 전체를 조망하고
있다.

저자 비에르크만은 앨런이 묘사한 자신감 없고 불안정한 도시인의
뿌리를 찰리 채플린 영화의 주인공에서 찾으며 스스로의 모습을
희화화할 수 있는 여유가 두사람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전한다.

우디 앨런은 총 26편의 영화를 감독했으며 지금도 거의 매년 1편씩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순이 프레빈과의 스캔들로 인상이 흐려지기도 했지만 미국
영화계에서 그의 위치는 가히 독보적이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