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15일 오후 인천 월미도 "문화의 거리".

제15회 제물포예술제의 하이라이트인 인천상생굿이 신명나게 펼쳐졌다.

딸에게 전통굿춤을 보여주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는 김연호(32.서구
가좌동)씨는 "굿판이 끝나면 7시부터 종합문예회관에서 시작되는 조용필
수퍼콘서트를 관람할 계획"이라며 "공연 보러 굳이 서울까지 가지 않아도
돼 좋다"고 말했다.

인천은 최근 해마다 지도를 바꿔야 할 만큼 활기차게 발전하고 있다.

영종도의 국제공항과 송도의 미디어밸리, 인천 북항 및 남항 등 이른바
"트라이 포트" 건설이 대표적인 예.

서해안시대의 거점이자 국제화의 관문으로 "몸집"을 키워온 인천이 이제
그에 걸맞는 "정신"의 지도를 바꾸는데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인구 2백50만명.

그러나 문화예술인의 숫자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방거주 문화예술인 4만7천7백
여명중 인천지역에서 활동중인 사람은 1천9백7명 (3.9%)에 불과하다.

부산 (5천3백39명) 대구 (5천8백91명) 등 다른 광역시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숫자다.

공연장도 모자란다.

94년 문을 연 인천종합문예회관과 서구.계양.강화 문화회관 등이 있지만
인구에 비하면 부족한 형편이다.

인천시도 이 문제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오태석 문화관광국장은 "문예진흥기금을 3년안에 1백억원으로 증액,
창작의욕을 북돋우고 공연시설도 연차적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제물포
예술제도 지금까지는 여러 행사를 뭉뚱그려 이름붙였지만 내년부터는
행사추진위원회를 구성, 내실을 기하고 인천을 상징하는 축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98년에 개최할 제1회 "인천 한민족 연극대전"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이 행사는 민족 동질성 회복과 분단극복을 주제로 해외동포 연극인들이
8.15를 전후해 보름동안 인천종합문예회관과 월미도 문화의 거리,
장수대공원 등에서 벌일 민족 대축제.

시는 이 행사에 5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인천사랑시민모임 등 시민단체들이 적극 후원키로 했으며 이 지역
기업인들도 기업메세나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에따라 인천 한민족연극대전은 광주 비엔날레, 부산 국제영화제에
비견되는 중부권의 대표적인 지자체문화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천시가 올해 추진중인 문화사업은 2백54개.

예산은 78억8천1백만원.

지난해 50억원보다 35% 늘어난 금액이다.

문화유산 관련 기획공연으로는 9월중 "전국 탈놀이 한마당" (종합문예회관
야외공연장)이 열린다.

은율탈춤과 북청사자놀이 동래야유 양주별산대놀이 하회별신굿탈놀이
고성오광대 등이 펼쳐진다.

인천시의 대표적인 시민축제로는 "제물포예술제"외에 95년부터 시작한
"길놀이 축제"와 임진왜란때 민.관 합동으로 국난을 극복한 김민선
인천도호부사의 정신을 기리는 안관당제 (10월)가 있다.

올해에는 송도 미디어밸리 유치 등을 기념하는 "개화불꽃놀이"가
추가됐다.

시는 이와 함께 95년 편입된 강화군의 문화유적을 활용, 통일거점의
해양 사적관광지로 개발하고 특산품인 화문석과 인삼을 국제적인 관광
상품으로 육성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서해안시대의 주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천.

날마다 달라지는 해안선 만큼 이 지역의 문화예술 지형도가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