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보이지 않는 손(가격)이 핸들을 조정하는 가운데 개인의
이윤추구라는 엔진에 의해 달리는 자동차에 비유된다.

이 자동차는 동서남북 제멋대로 굴러 가려는 바퀴(개인)에 앞으로만
달려 가라는 명령(이윤추구)을 내림으로써 직코스(희소자원의 합리적
배분과 효율적 경제운용)로 유도한다.

18세기 서유럽에서 탄생한 이 자동차는 그동안 급속한 성능향상(생산성
향상과 물질적 풍요)을 이뤘지만 엔진오일에 불순물(탈세 뇌물공여
정경유착)이 끼어들어 잦은 고장(공공 이익 저해)을 일으키기도 했다.

20세기 후반 한국에 도입된 이 자동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매연을 일으키기 일쑤였고 앞선 바퀴와 뒤처진 바퀴 사이의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갔다.

최근 자본주의라는 자동차의 설계모델을 이론적으로 해부하고 그 현대적
의미를 되새긴 책이 나왔다.

서울대출판부에서 펴낸 "정치경제학과 경제주의"(8천원)가 바로 그 책.

정현식(성균관대) 유임수(이화여대)교수와 김광수 한일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공동저술한 이 책은 15세기 이후 근대문명을 지배한
이데올로기로 경제주의를 꼽는다.

경제주의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을 경제적 동물(Homo Economicus)로
파악하고 개인의 사적 이윤추구에 의해 행해지는 경제활동이 가장 중요한
행동양식이라고 간주한다.

경제주의는 개인적 차원의 이익추구가 사회전체적 번영으로 이어진다고
믿는게 특징이다.

저자들은 경제주의가 극단적인 사익의 추구가 공익을 갉아먹는다는 홉스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에서 그 싹이 생겨나고 로크 샤프츠베리 허치슨
(아담 스미스의 스승)을 거쳐 발아했다고 본다.

이들이 진행한 공익과 사익간의 양립가능성 논쟁은 근대경제학의 아버지인
아담 스미스에의해 해소된다.

스미스는 인간의 본성뿐 아니라 국가의 제도적 노력에 의해 시민사회가
정체없이 발전할수 있다고 봤다.

그는 윤리-법-경제라는 3개의 주춧돌이 자본주의를 굳건히 지탱할수
있다고 믿었다.

자유방임을 최선으로 여겼다고 알려져있는 그가 공익을 높이기 위해
사익을 관습적-도덕적-법률적 사회제도에 맞출 것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일부 현대경제학자들이 정부의 시장개입에 무조건 반대하는데
대해 다소 회의적이다.

고도로 추상화된 주류 경제학이 논리적 완결성만을 중시해 비현실적으로
흐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즉 1929년 대공황이후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경제공황을 비롯해 환경오염,
소득재분배 문제등을 이야기할 때도 사적 이윤추구를 우선시할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2차대전이후 시장을 통한 자유경제 원리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가격기능의
보완이나 시장실패 부문에 정부의 개입을 요구하는 혼합경제체제 방식이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사익과 공익의 조화"를 주제어로 삼은 이 책은 나만의 이익을 위해
공익은 그만두고라도 게임의 룰마저도 쉽게 어기는 한국적 경제상황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