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경 < 단국대 교수 / 무역학 >

저자가 미국 마피아 단원이기 때문에 이름을 밝히지 못한 이책은 심오한
사상을 담은 철학서도 아니요 세상살이에 필요한 지식을 담은 교양서도
아니다.

다만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처세술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최근 이책이 주목받는 이유는 어떤 자리나 직장도 보장되지
못한다는 현상황에 어울리기 때문이다.

저자는 일반기업에서의 도산은 의식주를 포함한 경제생활에 타격을
주지만 마피아의 세계에서 경영의 실패는 곧 감옥행이나 죽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책은 마피아의 세계에서 살아 남기 위해 체험한 저자의 처절한
몸부림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더욱 현실성이 있다.

이책에서 이야기하는 처세학 격언 몇가지만 들어보자.

<>다른 사람 대신 대답하는 자가 계산을 치른다
<>배신자에 대한 최상의 방어는 배신자다
<>뱀굴에서 뱀을 꺼낼 때는 반드시 다른사람의 손을 빌려라
<>열다섯명이 아첨할 때 최소한 열네명은 거짓말이다
<>침묵이 실수를 낳는 일은 없다
<>두목이 웃으면 최소한 미소라도 지어라.

성공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특이한 점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꼭 장점만은 아니다.

때로는 경멸스러울 정도로 비굴하고 하인보다 더 충성스러웠기 때문에
오늘의 자리에 오른 사람도 있다.

물려받은 유산없이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경쟁자보다 더 똑똑하고
야망이 크며 정력이 왕성해야 하고 행운도 따라야 한다.

국내의 정치 경제 사정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세상 인심 또한 더욱
각박해지고 있는 이때 직장 또는 직위에서 쫓겨나지 않으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전전긍긍하는가.

과학기술의 발달과 세계가 하나의 거대시장으로 재편되는 각종 라운드의
등장으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무한경쟁에서 조직이나 주인이 살아남기 위해 그 구성원은 무자비하게
희생당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런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생존철학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