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대해 박탈감을 가진 세 사람,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우정,
무자비한 총기 난사, 고립무원의 상태로 쫓기다가 결국은 파국을 맞는다는
결말....

비슷한 틀을 가진 한국 영화 2편이 차례로 스크린에 오른다.

박찬욱 감독의 "3인조" (제작 씨네2천, 24일부터 명보극장서 상영중)와
설춘환 감독의 "파트너" (제작 글로발필름, 31일 씨네하우스 동아극장
개봉)가 그 작품.

박찬욱 감독은 92년 "달은 해가 꾸는 꿈"을 내놓은 뒤 시나리오와
평론을 쓰다가 5년만에 "3인조"를 만들었으며, 설춘환 감독은 84년
영화계에 입문해 12년간 조감독으로 수련한 뒤 첫 작품으로 "파트너"를
내놨다.

두 작품의 장점은 진지함이다.

이들은 현란한 촬영기법에 의존하지 않으며 액션을 구사하되 휴머니즘
가족애 의리 등 "구식 미덕"을 크게 부각시켜 "왕가위식" 영화 틀을
벗어났다.

흥행의 기본 선은 보장된다는 로맨틱 코미디도 아니다.

"비록 서툴더라도 우리식의 어법으로 얘기하겠다"는 고집이 돋보인다.

"3인조"는 두 남자와 한 여자가 짝을 이뤄 강도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쫓겨 파국을 맞는다는 줄거리를 담았다.

IQ 80의 단순무식한 조직폭력단원 민 (김민종),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뒤 집을 떠난 삼류악사 안 (이경영), 아기를 찾기 위해선 무슨 일이라도
한다는 미혼모 카페종업원 마리아 (정선경)가 나누는 대화는 모든 문제를
가볍게 털어낸다.

신을 믿느냐는 질문에 "조금"이라고 답하는 식이다.

그러나 감독이 전하는 제작의도는 "가족의 해체와 그 회복"이다.

이 작품이 "산만하다"는 평을 듣는다면 그 이유는 심각한 주제와 코믹한
표현양식의 부조화 때문일 것이다.

"파트너"는 전체의 약 60%를 액션으로 처리했다.

비자금 수사라는 정치적 소재를 넣고 컴퓨터 디스켓을 사건의 발단으로
삼은 것 등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측면도 있지만 주된 흐름은 선 굵은
액션이다.

주인공은 기업의 음모에 휘말린 해결사 강훈 (최재성), 의리파 건달
지우 (김보성) 그리고 모델지망생 소현 (김연주).

이들은 햇살이 따스한 마이애미를 이상향으로 삼아 도피하지만 두 남자는
죽고 마이애미로 간 것은 소현뿐이다.

아쉬운 점은 욕심이 지나쳐 어느것 하나 확실하게 잡지 못했다는 것.

컴퓨터, 마이애미행 꿈처럼 젊은층 취향에 사나이의 의리와 동지애 등
"고전적 요소"를 뒤섞어 색깔이 흐려졌다.

대상이 불명확한 점은 "양쪽을 모두 잃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두 작품은 현재 영화계의 비상한 관심속에 상영되고 있다.

"잘 나가던" 감독들이 "왕가위 아류"라는 펀치를 맞으며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참신하고 우직하게 자기 방식을 고수한 대목이 높은 점수를
얻은 것.

그러나 쟝르 (3인조)나 대상 (파트너)의 혼동은 아류영화라는 평보다
덜하지 않은 악재로 작용할 듯하다는 조심스런 평가도 나온다.

"파트너"는 6월말 미국 LA한인타운 포스트극장에서 상영된다.

배급은 신상옥 신필름 대표가 맡으며 영어 자막으로 처리된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