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세 한국화단에 큰 영향을 끼쳤던 중국 대표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보여주는 "중국 근대 회화전"이 18일~6월1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
간송미술관 (762-0442)에서 열리고있다.

출품작은 청나라 후기인 1830년대부터 중화민국 초기인 1910년대에
이르는 시기의 중국 근대회화 대표작가 39명의 작품 51점.

이번에 공개되는 작품들은 이상적 (1803~1865) 김병선 (1830~1891)
민영익 (1860~1914) 등 추사학파에 의해 중국에서 대량으로 들여온
것들이다.

중국회화가 우리나라에 한꺼번에 흘러들어온 것은 그리 흔치않은 일.

원나라가 지배했던 고려 충선왕시절 연경에 만권당을 설치하고 서화를
들여온것이 가장 큰 규모였다.

그러나 그자취는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이후 조선후기 북학운동이
일어나자 고증학 금석학과함께 중국회화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면서
추사파학자들에 의해 많은 양의 서화가 유입된것.

추사 김정희의 문하생이며 역관이었던 이상적은 추사와 청나라 유생간의
서신왕래를 주선하면서 상당량의 중국서화를 들여왔고 추사의 말년 제자인
김병선 역시 역관으로 중국을 왕래하며 서화수집에 열중했다.

또 추사의 제자이자 한말 상해로 망명, 그곳 문예인들과 많은 교유를
가졌던 민영익도 많은 양의 작품을 수집했는데 후에 간송 전형필선생이
이들의 수집품을 거의 그대로 입수 보관해왔다.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일 주요 작가는 대희 장세준 주허백 조지겸 재황
왕진 좌석혜 심진인 진연서 진병문 등으로 당대 대표작가들이 거의 대부분
망라돼있다.

대희는 시서화에 모두 뛰어났으나 특히 그림에 능해 "신품"에 들었던
인물.

장세준은 산수와 묵매의 일인자로 꼽혔으며 조지겸은 화훼목석을
서법으로 표현한 사의화훼라는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펼쳐 주목받았던
작가이다.

또 재황은 시서화와 전각의 명인으로 참신한 발상과 명쾌한 필묵이
돋보이는 소묘풍의 산수도로 유명했고 화석과 산수에 능했던 주상의 그림은
특히 조선인들이 좋아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간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최완수씨는 "추사학파가 들여온 서화들은
중국근대회화 전반을 커버하고있어 당시 작품경향을 한눈에 들여다 볼수
있다"고 밝히고 "최근세까지 우리회화에 영향을 미쳤던 중국근대화의
진면목을 볼수있는 드문 기회가 될것"이라고 덧붙였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