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다니던 80년대 중반은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의 영향으로 스포츠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죠.

그때 스포츠웨어 부문의 발전상을 보고 주저없이 이 분야를 택했어요.

가능성은 아직도 무궁무진해요"

한주화학의 스포츠브랜드 "엘레세"의 신명은 팀장은 스포츠웨어 예찬론자다.

대학(덕성여대 의상학과) 졸업과 동시에 스포츠 브랜드를 택해 9년째 한곳
에서 일한다.

대부분의 스포츠웨어 디자이너들이 처음부터 스포츠웨어를 택하기 보다는
여성복 남성복에서 시작했다가 차선책으로 고르는데 비해 그는 초지일관
한우물만 팠다.

한 직장에서 3년이상 근무하는 사람이 적은 내셔널브랜드의 현실에서 9년
이라는 기간도 주목받는 이유.

그는 패션보다는 마케팅 개념이 중시되고 디자이너보다 무역과 영업전문가
들이 중추적 역할을 맡는 스포츠웨어 업계에서 한 브랜드를 총괄하는 팀장이
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남성위주의 업계에서 유일한 여성, 그것도 디자이너출신 팀장"이라는
표현이 그의 소개장이 됐으며 현재 MD(머천다이징) 디자인 영업 등 팀의
모든 일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런칭 원년인 88년 "엘레세"에 입사해 컨셉트 정립에 큰 몫을 했다.

엘레세는 첫해에만 본사 디자인을 도입했고 그 후로는 1백% 국내팀이
디자인하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라면 모두 빨강 파랑 흰색 녹색 등 원색을 써 강하고
기능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던 시점에 엘레세는 분홍 연보라 겨자색같은
파스텔톤을 써 부드러움을 내세웠다.

패션과 스포츠를 즐기는 30대 초반~40대 초반 중산층이라는 타깃설정은
적중했고 이후 많은 스포츠브랜드들이 이런 부드러운 감각을 받아들였다.

세계적으로도 일본과 함께 우리나라는 엘레세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96년 매출은 3백40억원.

스포츠의류가 강세며 특히 고도의 기능성과 패셔너블한 측면을 동시에
요구하는 스키복이 자랑거리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디자인을 갖고 있어도 변화없이 틀에 박히면 뒤처질
수밖에 없는게 패션계 현실.

98년에는 품목과 색상 등 모든 점에 큰 변화를 시도할 계획이다.

< 사진=신경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