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마르크스와 함께 현대 사회과학의 양대 거목으로 불리는 막스 베버
(Max Weber).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비견되는 그의 주저 "경제와 사회(원제 Wirtschaft
und Gesellschaft)" 1권이 번역돼 나왔다.

그의 또다른 저서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정신"은 다양한
판본으로 번역돼 있지만 "경제와 사회"가 국내에 출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베버가 평생을 걸쳐 탐구한 것은 인간행위의 합리성 문제.

사회학자 루이스코저는 "사회학의 대가들"애서 "베버는 인간 행위가 특정
사회역사적 맥락에서 상호 지향하는 가운데 자신의 행위에 부여하는 주관적
의미가 어떤 것이냐에 모든 관심을 쏟았다"고 설명했다.

베버는 "경제와 사회"에서 인간의 사회적 행위를 크게 4가지로 구분했다.

목적지향적 가치지향적 감정적 전통적 행위가 그것.

이러한 4가지 행위는 서로 얽혀있지만 역사적으로 감정적 전통적 행위에서
목적지향적 가치지향적으로 변해왔다고 그는 분석했다.

이에따라 현대사회는 이전 시대의 우연, 감정, 인간적 호소 등이 개입할
여지가 줄어들고 합리성과 계산, 예측 등이 화두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합리성은 서구 현대사회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인도에도 중국에도 합리성은 존재한다고 베버는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

여기서 베버의 관심은 미시적 인간행위에서 거시적 사회합리성의 문제로
옮아간다.

즉 각 시대, 각 문화마다 나름의 독특한 합리성을 갖고 있는데 왜 근대에
이르러 서구적 합리성이 타문화의 합리성을 제치고 세계사적 보편성과
타당성을 획득하게 되었는가라는 문제가 그를 사로잡기 시작했다.

지식사회학의 선구자인 칼 만하임은 이 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베버의 후기 저작들은 서구문명의 합리성을 가져온 사회적 요인이
무엇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베버는 이에 대해 이 책을 비롯,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 등에서
정당한 부의 추구가 사회적으로 장려되는 청교도 윤리에서 서구적 합리성의
장점을 발견했으며 자본의 축적으로 비롯된 힘의 우위가 다른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을 압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베버는 서구적 합리성이 장기간 세계를 지배할 것으로 보진 않았다.

기업체 관청 등에서 관료제가 독버섯처럼 피어오르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원래 관료제는 상하관계가 철저한 군대의 조직규율이었는데 사회의
거대화로 전반적인 조직문화로 자리잡게 돼 창의성과 합리성을 좀먹는
요인으로 기능한다고 지적됐다.

이 책은 또 계층에 대한 다원적 접근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생산수단의 소유여부만으로 계급을 나눈 마르크스와 달리 생산수단에
정치적권력 사회적지위 등을 더해 계층을 분석했다.

이성해체 등 포스트모더니즘을 표방하는 얄팍한 책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합리성을 철저히 파헤친 베버의 "경제와 사회"가 출간된 것은 의미깊은
일로 여겨진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