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내것"이란 말을 참 좋아하죠... 결국 인간들이 원하는 건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될수록 많은 것을 "내것"이라 부르는 일입니다"

말의 눈에 비친 인간의 세계는 어떤가.

죽을 때 가져가지도 못할 "내것"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아웅다웅하는
어리석음이란....

극단유 (대표 유인촌)가 5월10일~6월1일 호암아트홀 무대에 올리는
"홀스또메르"는 늙은 말의 이야기를 통해 소유욕으로 가득찬 인간사회의
모순을 통렬히 비판한다.

주인공 말의 이름인 "홀스또메르"는 성큼성큼 달린다는 뜻의 러시아말로
튼튼한 준마를 일컫는다.

국내 초연인 이 작품의 원작은 톨스토이의 중편.

각색자 라조브스키에 의해 정극과 뮤지컬의 중간형태인 음악극으로
재구성됐다.

6개의 아리아와 코러스를 비롯 대사 대부분이 노래로 전달된다.

집시풍 음악은 극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60세이상 할아버지 악사로
구성된 5인조악단이 연주한다.

작품은 병에 걸려 도살직전에 처한 늙은 말이 젊은 말들에게 자기의
일생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혈통 좋은 준마지만 얼룩말이라는 이유로 따돌림과 천대를 받던
홀스또메르는 우연히 공작 세르푸홉스키의 눈에 들어 잠시 화려한 나날을
보낸다.

늙고 병들어 우여곡절끝에 태어난 마굿간으로 돌아온 홀스또메르는
명마로서의 행복했던 날들을 회상하며 죽음을 맞는다.

2막으로 된 단순한 구조지만 삶과 죽음, 배신, 권력자의 횡포 등 많은
이야기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14년전 대본을 처음 봤을 때부터 무대화를 꿈꿔왔다는 연출가 이병훈씨
(용인대 교수)는 "소유욕이 빚어낸 사회적 혼란속에서 진정한 삶과 행복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배우들은 재갈과 손에 쥐는 말꼬리모양의 소품만을 이용, 손과 발동작
얼굴표정 등을 통해 말임을 표현한다.

자연스런 동작을 위해 출연자 모두 2달간 경마장을 방문, 말의 특성을
관찰했다고.

말과 인간의 경계를 넘나들어야 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만만치 않다.

유인촌이 홀스또메르, 방은진이 젊었을 때 홀스또메르를 배신한 암말과
공작의 정부 (역시 공작을 배신함)역을 동시에 맡는다.

이밖에 송영창, 권성덕, 정규수, 이창직, 채용병, 김문수 등 출연.

평일 오후 7시30분.

토 일 공휴일 오후 3시30분, 7시30분.

문의 3444-0651~4

< 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