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작가 김병기(81)씨가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가나화랑(733-4545)
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다.

국내 서양화 1세대 작가인 김씨는 30년대 일본 도쿄에 유학, 도쿄문화학원
미술학부를 졸업한뒤 귀국해 국내에 추상미술을 처음 소개했다.

서울대 미대 교수와 한국미술협회 2대 이사장을 역임한 그는 또 서울예고를
설립, 우리나라 미술교육의 터전을 마련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지난 65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커미셔너및 심사위원으로 참석한뒤 곧바로
미국 뉴욕 근방의 하츠데일에 정착, 현지에서 작품활동을 해온 그는 보스턴
폴리아츠갤러리 등에서 초대전을 가졌고 지난해부터는 파리에 체류하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 파리 브나무 그라비에화랑 개인전에 이어 열리는 이번 귀국전에서
김씨가 선보일 작품은 현실의 경치에 자신만의 이상경을 가미시킨 독특한
스타일의 풍경화 20여점.

"생트 빅트와르산에서의 독백" 등 출품작들은 유럽과 미국의 산과 자연을
그린 작품들이지만 분단된 조국의 현실풍경을 함께 형상화한 것.

김씨는 "비록 외국에 살고 있지만 가슴속에 조국의 산하가 늘 내재해 있어
한번도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잊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구상과 추상을 초월, 형상과 비형상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자유롭게 그려
나가는 그의 작품은 구상에서 추상으로 넘어가는 과정인 반추상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점이 특징.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거부한채 직선을 적당히 교차시켜 독자적인 내면풍경
을 창출해내는 그의 작품속에서는 또한 농축된 동양정신의 진수를 함께 볼수
있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