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있는 신인배우를 찾아라"

배우 기근에 시달리는 뮤지컬극단들이 공개오디션을 통한 "숨은 진주
찾기"에 발벗고 나섰다.

오디션제도는 전부터 있었지만 조연이나 합창단원이 아닌 주연급을 공개
오디션으로 선발하는 것은 최근의 일이다.

작년과 올해 "브로드웨이 42번가" 여주인공 페기역에 기용된 임선애와
양소민, "겨울나그네"의 남녀주인공 서창우, 윤손하가 대표적인 케이스.

이처럼 공개오디션을 통한 캐스팅이 활발해지는 것은 급증하는 뮤지컬
공연을 감당할 주연급배우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그동안에는 관객동원 측면을 고려, 노래, 춤실력을 웬만큼 갖춘 탤런트
들이 주로 주연을 맡았다.

"스타가 될꺼야"의 나현희, "올리버"의 이상아, "우리집식구는 못말려"의
하희라 등이 그 예.

뮤지컬 전문배우는 이정화 최정원 남경주 김민수 등 손꼽을 정도.

따라서 관객은 작품이 달라도 늘 같은 얼굴을 만날 수밖에 없었다.

신인배우를 주역으로 기용하면 신선한 대신 위험부담은 큰 것이 사실.

실제로 예술의전당이 기획한 "겨울나그네"의 경우 주연배우들의 관객
장악력이 떨어져 흥행부진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많다.

그렇더라도 국내 뮤지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선 단기흥행을 노린 스타
중심에서 탈피, 실력있는 신인을 과감히 발탁해 키워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공개오디션으로 발굴된 신인들이 생명력을 가지려면 지속적인 훈련이
필수적.

하지만 국내엔 뮤지컬배우 지망생이나 신인배우들이 기량을 닦을 만한
훈련기관이 거의 없다.

대학의 연극영화과 학생중 노래에 소질이 있거나, 성악을 전공하고
뮤지컬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연기와 춤등을 따로 배우는 것이 현실이다.

필요한 기본기만 각자 알아서 연마하는 셈.

현재 뮤지컬배우를 양성하는 곳은 에이콤 뮤지컬배우학교와 서울뮤지컬
아카데미 정도다.

93년부터 지금까지 4기 수강생을 배출한 뮤지컬배우학교는 3개월 과정으로
연기, 노래, 춤 등을 지도한다.

앞으로는 6개월정도의 소수정예과정을 만들어 어느 역이라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를 양성할 계획이다.

에이콤의 윤호진 대표(단국대 교수)는 "뮤지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선
전문배우 교육기관 확충이 시급하다"며 "단국대에 뮤지컬과 개설을 추진중"
이라고 밝혔다.

삼성영상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지난 2월 설립된 서울뮤지컬아카데미는
커리큘럼을 차별화해 실기 위주로 교육할 계획이다.

설도윤 대표는 "기본기 교육과 함께 "브로드웨이 42번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 공연작품별로 훈련을 실시해 작품에 곧 투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
고 말했다.

가능성있는 배우를 10명정도 뽑아 1년간 무료로 교육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 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