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무속음악을 대표하는 김석출(75)씨.

중요무형문화재 82호 동해별신굿 기능보유자이며 태평소(호적) 연주의
대가로 꼽힌다.

다양한 타악기와 관악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그의 음악은 무속음악에
바탕을 둔 신들린 듯한 즉흥연주가 특징.

특히 태평소 연주에 있어 쉽게 흉내낼수 없는 독특한 경지에 다다랐다.

10년전부터는 일본 재즈음악가및 세계 각국의 전통음악가와 교류하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왔다.

그의 음악세계와 최근 연주활동을 결집한 앨범 "김석출 결정판(Final Say):
상"이 삼성뮤직에서 나왔다.

이 앨범에는 창작음악 5곡이 수록됐다.

첫번째곡인 "카일라스산(Mt.Kailas)"은 태평소와 색소폰이 만난 크로스오버
음악.

한국의 대표적인 재즈리스트 이정식이 테너색소폰, 세계적으로 이름높은
재즈리스트들인 우메즈 가즈토키(일본)와 울프강 푸시닉(오스트리아)가
알토색소폰을 맡았다.

3명의 재즈리스트는 김석출이 가장 높은 음으로 연주하는 태평소소리를
주의깊게 들으며 그것을 따르거나 때로는 제안한다.

네팔의 고산지대에 있는 카일라스산에서 받은 느낌을 태평소와 색소폰의
소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멋진 재즈음악으로 전한다.

두번째 "태극"은 태평소와 푸시닉이 연주하는 헝가리 민속악기인 타르고의
듀엣곡.

처음 두 곡이 크로스오버인데 반해 세번째곡 "겨울의 동해"는 전통적인
형태에 가까운 무속음악.

꽹과리 징 바라 등 타악기가 곁들여졌다.

네번째곡 "천심무심"은 장구가 뒤를 받치는 태평소 산조.

김석출이 개발하고 발전시킨 독특한 테크닉과 표현양식이 잘 드러난다.

마지막곡 "상"에서 김석출은 먼저 녹음한 태평소소리에 새로운 소리를
입히는 다중녹음을 통해 태평소 다중주를 들려준다.

서로 다투는 듯한 소리의 충돌이 빚어내는 오묘한 어울림은 자유롭고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김석출 음악의 백미.

고령의 나이와 불편한 다리에도 불구하고 음악에 대한 열정에 사로잡혀
연주하는 노장의 예술혼이 음반 전체에 고스란히 배어난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