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음 물씬한 4월의 대학로.

관객과 배우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마당극잔치가 한바탕 펼쳐진다.

전국민족극운동협의회와 한국연극협회가 8월말의 제27차 ITI총회와
세계예술축제를 앞두고 마련한 행사.

먼저 특별 초청작인 일본 천막극단 가라구미의 "바다 휘파람"이 3~5일
오후 7시 성균관대 금잔디광장에서 공연되고, 이어 대전놀이패 우금치의
"두지리 칠석놀이" (11.12일 오후 4시), 제주놀이패 한라산의 "동이풀이"
(18.19일 오후 4시), 극단 길라잡이의 "밥" (25일 오후 4시, 26일 오후
1.3시) 등 국내 마당극 3편이 마로니에공원에서 관객을 맞는다.

가라구미는 일본 전위 연극의 기수 가라주로가 이끄는 극단.

가라주로는 극작, 연출, 배우를 겸하는 만능 연극인.

계엄령이 삼엄하던 72년 시인 김지하씨의 도움으로 서강대 야외무대에
"두도시 이야기"를 올리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이번에 공연할 "바다 휘파람"은 광복직후 돈벌이를 위해 제주도에서
일본 치바현으로 건너간 해녀들의 이야기다.

일본어로 이뤄지며 해녀 "사토"역을 맡은 한국배우 김경원씨가 등장해
상황을 설명한다.

3월 29~30일 제주도에서 먼저 공연됐다.

대전놀이패 우금치는 93년 "아줌마 만세"란 작품으로 민족예술상을 받은
극단.

올해엔 백상대상 연극부문 특별상을 수상했다.

참가작 "두지리 칠석놀이" (류기형 연출)는 해방공간에서 좌.우익으로
대립됐던 두마을의 갈등과 해소과정을 그린다.

제주놀이패 한라산의 "동이풀이" (문무병 연출)와 서울극단 길라잡이의
"밥" (임진택 연출)은 9월 세계 마당극 큰잔치 참가작이다.

"동이풀이"는 제주지방 굿의 모티브인 양씨할망의 집안내력과 그의
기구한 운명을 통해 역사적 상처와 현실적 고통에 대한 예술적 한풀이를
시도한다.

"밥" (김지하 작 임진택 연출)은 "똥이 밥이다, 사람이 한울이다.

나는 밥이다"로 표현되는 공존공생의 세계관이 3개 마당으로 펼쳐진다.

관람료는 없다.

문의 469-0646

< 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