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한편의 드라마와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생활의 모든 문제가 드라마속에서 투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그만큼 현실과 맞아 떨어지지 않은 있을 법한 얘기를 내용으로
그려가야 한다는 말이다.

KBS1TV의 일일드라마 "정때문에"(월~금 오후8시30분)는 이런 점에서
현실성을 잃고 있다.

자연스럽지 못하고 인위적인 갈등관계를 많이 설정해 과장된 흥미거리를
보여 주려는 느낌이 든다.

"정때문에"는 대가족제도를 표방한다.

4명의 남매가 그들의 식구나 애인들과 함께 등장한다.

온가족이 볼 수있는 9시이전 시간대이니 만큼 여성전유물의 드라마가
아닌 가족 모두를 시청층으로 만들겠다는 속셈이다.

대가족중심의 드라마 "바람은 불어도" "목욕탕집남자들" "사랑하기 때문에"
등으로 재미를 봤던 KBS로서는 당연한 전략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마다 갈등의 소지를 갖게 했다.

고부간의 갈등, 전업주부와 취업주부의 갈등, 이혼녀문제, 재수생등
드라마에서 그릴 수있는 다양한 형태의 삶 모두를 이드라마에서 다뤄보겠다
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보니 정리되지 않은채 번잡스럽다는 냄새가 난다.

오히려 이집안의 가장인 주인공 장남 인표(서인석)는 하루에 몇장면밖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본처와 첩이 한집에서 함께 사는 것은 상식적으로 쉽게 납득이 안가는
부분이다.

볼에 연지를 바르고 촌티나는 행동을 하는 첩 옥봉역의 강부자의 연기 또한
처음에는 그럴싸하게 보일지 몰라도 자꾸 보면 식상한 느낌을 갖게 한다.

또 꿋꿋하게 보이기 위해 무던 애를 쓰는 장녀 금표역의 여자 윤미라와
집에서 놀고 있는 실업자역 차남 상표 정성모의 모습도 어쩐지 어색하다.

다만 장남이 효성을 보이려 모친의 이불을 덮어주는 장면이나 장녀가
두분의 할머니를 깍듯이 모시는 것은 매우 인상적이다.

드라마는 자연스러운 감동을 선사해야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인위적인 억지웃음이나 억지감동을 자아내지 않고 시청률에 관계없이
따뜻한 정을 주는 "정때문에"로 인기를 끌 수는 없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