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숙 <영국대사관 공보관>

1910년대 하버드대학 교수였으며 사학자 철학자였던 조지스 산타야나는
''역사를 통해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나쁜 역사를 되풀이한다''
(Those who do not learn from history are doomed to repeat it)라고
말했다.

역사라는 학문은 젊은 시절에는 쉽게 간과하나 나이가 들면서 그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는 그런 분야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전까지 역사 바로 세우기가 진행되다가 지금은 또
역사가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지만, 역사에 관한 책을 쓰는 사람들은
후세를 염두에 두고 쓰는 것이므로 어떤 사람들보다 존경받고 노고를
인정받아야 할 사람들이 아닐까.

우리나라 작금의 국제정세는 가만히 들여다보면 구한말 외세의 대한
진출의 역사와 비슷하다.

구한말의 우리 역사는 개화백경 시리즈라는 책에 잘 정리되어 있다.

개화백경 시리즈 1권중 ''깨어라 코리아''라는 책에는 개화기의 재미있는
야사들이 조목조목 잘 정리되어 있다.

그 중 거문도 카우보이란 소제목의 글에서는 1885~87년까지 영국 해군이
거문도에 주둔하여 주민들과 생사 고락을 같이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그리고 그곳에서 역사적인 첫 한.영 로맨스도 있었다.

해변가에서 초혼 굿이 열렸고 갓 스물난 처녀무당이 굿을 하였는데
이를 함대에서 망원경으로 구경하던 한 영국 수병이 그 무녀에게 반해
몰래 함대에서 빠져 나와 헤엄을 쳐 그 무당을 찾아가 양과자 쇠고기 생선
통조림 등을 그녀 방에 밀어 넣고 가곤 했다.

그런데 마을에 그 소문이 나 무녀는 욕지도로 쫓겨갔고 상심한 수병은
사랑앓이를 이기지 못하고 물에 빠져 죽었다는 것이다.

외우기가 능사인 우리의 역사교육때문에 젊은이들이 역사를 싫어하지만
이렇게 역사를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고 돌고도는 역사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운다.

요즘 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래학은 사실 역사를 공부하지 않고는
할수 없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래는 늘 과거, 즉 역사에서 배울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