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쿠엔틴 타란티노인가, 또다른 헐리우드 키드의 치기 어린
장난인가.

영화 "로케트는 발사됐다" (감독 최야성)는 패기만만한 실험정신과 왠지
설익은 느낌이 함께 느껴져 선뜻 어떻다고 말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감독은 "어느 누구도 만든 적이 없는 영화 (컬트무비)를 제작하겠다"는
욕심만으로 많은 파격을 단행한다.

부업으로 "땡처리" 옷가게를 운영하지만 마음은 늘 영화에 가있는 감독
(최야성)이 배우 가수 시인등 여러 사람을 만나고 설득해 마침내
크랭크인하는 과정 (영화속의 작품명도 "로케트는 발사됐다")을 각본없이
시놉시스만 갖고 진행한다.

촬영장은 한강대교, 강남의 물좋다는 나이트클럽, 압구정동 미용실,
사당역부근 거리와 최감독이 운영하는 옷가게.세트는 없다.

영화배우 최종원 독고영재 김보성 허준호 탤런트 현석 가수 정광태
개그맨 김용씨 등이 모두 실명으로 나온다.

돈과 환락이 지배하는 "강남문화", 연예인들의 허황된 삶도 그대로
묘사된다.

"진흙속에서 연꽃이 피어나듯"

독창적인 영화를 만든다는 감독의 집념은 끈질기게 살아있고 이 점은
출연자들도 마찬가지.

그러나 영화는 산만하다.

의도적으로 기우뚱하게 만든 화면과 거리를 질주하는 폭주족, 남발되는
비속어가 관객을 불편하게 한다.

이 때문인지 개봉관들의 거부로 일반상영 기회를 얻지 못한 영화는
15일부터 2주간 강남 신사동 시네마천국에서 무료로 상영된다.

컬트영화가 "제작직후 대중 (현 배급망)에게 환영받지 못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소수의 열광적인 지지자를 얻는 작품"이라면 이 영화는 컬트의
첫 요건을 갖췄다.

하지만 컬트가 되려면 특정소수의 지지를 얻어낼 "뭔가"가 필요하다.

컬트영화가 자리잡는데 시간이 걸리듯 최감독이 독창적이고 진지한
영화인으로 평가받는 데도 시간이 필요할듯하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