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21세기, 여성의 시대로!"

지난 9일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은 여성의 권익신장을 외치는 열기로
가득찼다.

"3.8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한 제13회 여성대회가 다채로운 행사와
함께 펼쳐진것.

한국여성단체연합 (여연)의 창립 10주년 기념 행사를 겸한 이자리엔
그동안 각계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여성운동가들과 축하객들이 참석했다.

남성 참석자들중엔 손학규 보건복지부장관과 김대중 새정치 국민회의
총재가 눈길을 끌었다.

자리가 자리이니 만큼 여.야 할것없이 여성문제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음을 힘주어 이야기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올해의 여성운동상" (이계경 여성신문 발행인
수상) 시상, 축하노래공연, 여성권익 걸림돌 디딤돌 발표, 연극 등 4시간
가까운 행사 끝부분에 "부모성 함께 쓰기 선언"이 있었다.

"여아 낙태로 인간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 현실을 통탄하면서
남아선호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기 위해 "부모성 함께 쓰기 선언"을
채택하게 되었다"

이.이효재 (여연고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외 170명이
주축이된 "선언"은 "여남평등사회"를 향한 의식개혁을 강조했다.

이 선언은 지난 1월 여연과 한국여한의사회가 마련한 "남녀 성비 불균형
문제점과 해결방안" 토론회에서 출발한 것.

"내성을 간다"는 말이 극단적이고 불가능한 상황을 설정하고서야 쓰는
말일 정도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성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었다.

이러한 무쇠같은 전통에 최초로 "반기"를 든것은 당장의 실현 가능성을
떠나서 하나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호주제를 비롯 가부장적 가족제도에 대한 실천적 문제제기인 셈.

"단지 여자만이라는 이유로" 태어나기도 전에 살해당해야하는 현실이
"아들을 낳아야"대를 이을수 있는 전통적 가족제도에 뿌리두고 있음을
일깨우자는 것이다.

흔히들 여성이 결혼후 남편성을 따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들어 호칭
만큼은 우리나라가 서양이나 일본보다 평등하다고 말한다.

형식이 내용을 강제하는 측면도 있기때문에 그럴듯한 지적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원시적인 현실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