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옷을 만들고 싶어 독립했고 지금도 그런 욕심을 갖고 있지만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독창적인 작업을 할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두 가지의 조화가 평생 과제겠지요"

남성복 "솔리드 옴므(Solide Homme)" 대표인 디자이너 우영미씨(37)는
한발 한발 착실히 걸은 끝에 해외시장의 문앞에 섰다.

오는 7월 모든 남성복 디자이너들이 선망하는 "파리 남성복컬렉션 전시장
(SEHM)"에 나서게 된 것.

이곳은 세계 각국의 남성복업체와 디자이너가 바이어들에게 상품을 내놓는
철저한 디즈니스의 장이다.

"패션은 산업이죠.

예술성이 아무리 뛰어나도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면 존립할수 없어요.

이번 무대는 제 옷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을수 있는지 타진하는 자리가
되겠죠"

컬렉션이 아닌 전시회를 택한 것은 그가 국제무대 신인이기도 하지만 상업적
측면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보여주는 대목.

2차례 참가해본뒤 반응이 낮으면 그만두겠다는 결심이다.

우씨가 패션계에 입문한 것은 82년.

성균관대 의상학과를 졸업한뒤 LG패션 공채1기 디자이너가 됐다.

처음 맡은 것은 여성복.

1년뒤 미국 남성복브랜드 "피에르 마"의 국내 에이전트에 들어가 남성
영캐주얼을 처음 배웠다.

남성복의 묘미를 배운 것이 바로 그 곳.

84년 일본 오사카컬렉션의 신인디자이너 컨테스트에 3위로 입상했다.

"레드옥스" "마체스" 등의 캐릭터 남성복업체를 거친뒤 독립한 것이 88년.

"건강한 몸과 건전한 정신을 가진 남성"을 위한 옷을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솔리드 옴므"라고 이름붙였다.

91년부터는 "뉴웨이브 인 서울" 창립멤버로 컬렉션도 열고 있다.

그는 회원중 유일한 남성복디자이너.

남성복은 대체로 밋밋하다는 통념을 깨고 "솔리드 옴므" 쇼는 컬렉션중
가장 인기있는 코너로 자리잡았다.

매장은 롯데 현대 갤러리아 등 백화점과 부산 대구에 9곳.

96년 매출은 34억원이다.

"남성복도 패션"이라는 당연하지만 무시되어온 명제가 인정받게 된 지금
그는 행복하다.

남은 바람은 일과 가정을 모두 중시하는 건전한 남성들이 패션에 보다
많이 눈뜨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