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미년 3월1일 정오. 터지자 밀물같은 대한독립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 이날은 우리의 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오늘은 78회째 3.1절.

종로 파고다공원, 천안 아우내장터, 수원 제암리에서 독립만세를 외치는
선현들의 함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일제잔재의 상징이던 구조선총독부 건물이 해체되고 경복궁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날 그 목소리가 오늘 새삼 새롭게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외침은 우리에게 무엇을 알리고자 하는 것일까.

3.1절을 맞아 문화체육부가 독립운동관련 사료를 문화재로 지정하기로
하고 준비작업에 들어갔는가 하면, 독립기념관에서는 독립선현들의 숭고한
얼을 기리고 민족정신을 드높이기 위한 다채로운 행사를 펼친다.

정신대에 끌려갔던 할머니의 기록화도 전시된다.

문화체육부는 우선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을 잇기 위한 독립운동사료의
문화재 지정을 서두르고 있다.

헌법서문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상해 임시정부에 둔다고 명시하고 있고
임시정부는 3.1독립운동을 계기로 만들어졌기 때문.

독립운동관련 사료중 아직 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없다.

문화체육부가 지정하겠다고 밝힌 독립운동 관련 사료는 7점.

육당 최남선이 쓴 독립선언서(신활자본 양지, 1919.2)를 비롯
전명운열사가 소장했던 독립선언서(신활자본 양지, 1919.3), 상해임시정부가
발간한 대한독립선언서(신활자본 양지, 1919.4), 박치화등이 작성한
하동독립선언서(유인판 저지 1919.2.17), 미주지역에 배포된 영문독립선언서
(신활자본 양지, 1919.3), 만주 간도 애국부인회가 만든 대한독립여자선언서
(신활자본 양지, 1919.2)등 6점과 백범 김구(1876~1949)의 친필일기인
백범일지다.

백범김구기념사업회가 소장중인 백범일지를 제외한 모든 사료는 현재
독립기념관에 보관되고 있다.

"오등은 자에 아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포하노라..."로
시작, 총 1천7백62자로 구성된 독립선언서에는 조국의 독립을 선언하면서
인도주의에 입각한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자주독립의 길을
제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선언서는 세계 어느 나라의 독립선언서와 비교해도 손색 없는 명문으로
평가되고 있다.

육당 최남선이 전문을 쓰고 공약3장은 만해 한용운이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체부측은 이선언서를 늦게나마 국보나 보물로 지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화체육부는 특히 이들 사료의 문화재 지정에 앞서 처음으로 사전예고제를
실시, 관계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 가짜총통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문화체육부가 지정예상 대상문화재에
대한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는 30일간의 사전예고제를 도입, 이번에 처음
적용한 것.

관보에 게재하고 매스컴을 통해 일반에 알린 뒤 문제 제기가 없으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물로 지정된다.

국보지정 여부는 국보지정심의분과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문화체육부는 또 사적 제2백99호로 지정돼 있는 수원 제암리 3.1운동
순국유적 정비사업을 시작한다.

제암리는 3.1운동에서 가장 희생자가 많았던 곳.

28명이 총에 맞거나 불에 타죽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83년에 세워진 제암리 순국기념관은 전시시설이 협소하고 전시공간으로서
비효율적이며 노후되어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내부전시물 역시 기록화 3점과 유해발굴사진 6장, 참살현장등 관계사진
8점, 당시 외국언론보도및 외교관의 본국보고서, 유해발굴시 출토된 단추등
일부에 그쳐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부는 국고 7억,지방비 3억등 총10억원의 예산을 들여
99년까지 1백40평규모의 기념관을 세우고 전시자료를 확충하며 제암리에
들어서 있던 옛 교당을 복원하는 사업을 전개키로 한 것.

특히 기념관은 전시기능과 교회기능을 곁들인 성격으로 건축할 예정이다.

아울러 사건당시 일경의 눈을 피해 현장을 촬영, 참살내용을 전세계에
알리고 유해를 수습 매장한 캐나다 의료선교사 프랑크 스코필드박사에
대한 자료를 입수, 전시할 계획이다.

올해로 개관10주년을 맞는 독립기념관(충남 천안시 목천면)도 3.1절을
맞아 기념식과 전시회등 다채로운 행사를 펼친다.

독립기념관은 1일 정오 통일염원동산에서 개관10주년 기념 "통일염원
타종식"을 갖는다.

생존 독립운동가등 각계인사 33명이 참석, 민족의 통일을 염원하며
정오에 "통일염원의 종"을 33회 타종한다.

또 정신대에 끌려갔던 고강덕경 할머니의 기록화 자료기증식및
전시회를 연다.

강덕경할머니는 경남 진주출생으로 44년 정신대에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었는데 일제의 정신대만행을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당시 실상을
화가 이경신씨의 도움을 받아 그렸다.

지난 2월 작고한 할머니는 그동안 그린 자료를 독립기념관에 기증해달라고
유언, 이날 기증식을 갖게 된 것.

기증자료전시회는 97년 8월께 독립기념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독립기념관지정 3월의 독립운동가 자암 박준승선생의 전시회도 1~31일
독립기념관 제5,6전시관 연결통로에서 마련된다.

민족대표 33인의 한사람으로 독립선언서에 서명하고 태화관의 독립선언식에
참여한 박준승선생은 출감후 천도교 중앙총부의 감사, 총리사 종법사등을
역임했다.

전북 임실의 생가모습과 판결문등 관련자료가 전시된다.

독립기념관은 아울러 "호외로 본 한국독립운동" 지방순회전을 개최한다.

1880년대부터 1948년 대한민국정부수립까지 국내외에서 발행된 각종
독립운동관련 "호외"를 비롯한 사진과 문건등 1백60점을 3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부산 중구동광동 백산기념관에서 전시한다.

한편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는 "한국독립운동사 연구"10집을
통해 안중근의사의 이등박문 저격거사의 계획및 훈련은 대한민국임시정보
재무총장을 역임한 최재형(1860-1920)의 도움 아래 이뤄졌다고 밝혔다.

<오춘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