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한 공주병 환자인가, 냉소적인 코미디언인가"

"사상 최악의 소프라노"

플로렌스 젠킨스의 음반이 "드디어" CD로 나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플로렌스 젠킨스는 클래식 애호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특이한" 성악가.

사실 특이하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그의 목소리는 가늘고 떨리며 음정도 맞지 않으며 박자를 놓치는 일도
예사다.

오죽하면 영국의 클래식음반 전문지 "클래식 CD"에서 "푸들이 낑낑거리는
소리"라고 평했다.

BMG레이블로 전세계에 출반된 이 CD는 35년 미국 RCA빅터에서 만든 SP음반을
재생한 것.

수록곡은 모차르트 아리아 "마술피리중 밤의 여왕" 요한 스트라우스2세
"박쥐" 리아도프 "음악이 나오는 담배갑"과 구노 "파우스트 패러디" 가운데
"보석의 노래" "정결한 집" 등 12곡이다.

그의 명성은 음반 첫 곡에서부터 확인할수 있다.

조수미의 노래로 잘 알려진 모차르트의 아리아 "밤의 여왕"(오페라 "마술
피리" 수록곡)을 젠킨스는 첫머리부터 박자를 놓치고 들어간다.

그 이후는 측은함마저 느끼게 하는 고군분투 그 자체.

그는 1900년대초 태어나 30년~40년대에 전성기를 맞았다.

그의 재능(?)이 꽃핀 것은 이혼 뒤.

음악을 공부하러 뉴욕으로 가 공연기획자인 두번째 남편 프랭크 젠킨스를
만나면서부터였다.

수차례 연주회를 열어 인기를 얻은 그는 30년대말 "꿈의 무대" 카네기홀에
선다.

독주회표는 6주전에 매진됐고 카네기홀은 6,000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그는 무대매너도 뛰어났다.

연주복을 직접 디자인했으며 금은색의 자수와 천사날개 장식을 특히
좋아했다.

비제의 "카르멘"을 부를 때는 숄을 걸치고 빨간 장미를 객석에 던졌다고
한다.

43년 교통사고를 당한 뒤에는 음정이 예전보다 더 높이 올라갔을 만큼
(하이F) 행운도 따랐다.

이번 CD가 만들어진데는 또 하나의 일화가 있다.

음반판권을 가진 BMG는 기존 SP의 길이가 너무 짧아(약 30분) CD 제작을
미루고 있다가 마침 개인음반 제작을 의뢰한 한 부부(토머스 번즈, 제니
윌리암스)가 젠킨스에 버금가는 "음치"라는데 착안해 이들의 노래를 덧붙여
CD를 만들었다.

음반 뒤쪽의 "파우스트 패러디" 4곡은 이들의 노래다.

국내에는 클래식 FM방송을 통해 간간이 소개됐으며 한국BMG가 2월 중순
1,000장을 내놨다.

한국BMG 클래식파트의 이일호씨는 "음치의 음반은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코믹한 측면과 희소성이 잘 부각되면 판매고 2만장까지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