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를 대표하는 원로목사들로 구성된 한국기독교원로회의가
최근 모임을 갖고 의장에 강원룡 목사 (크리스찬아카데미이사장)을
선임하는 등 공식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지난해 11월 제46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KNCC, 이하 교회협)
정기총회에서 발의된 한국기독교원로회의에는 강원룡 목사를 비롯 한경직
김관석 박형규 조용술 김지길 임택진 김윤식 김형식 목사 등 한국
개신교를 대표하는 원로목사 18명이 참여하고 있다.

교회협 사업전반에 대한 자문역할을 하게 될 한국기독교원로회의 발족은
그동안 분열과 갈등을 거듭해온 한국교회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한편 한보철강부도 및 황장엽비서 망명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된 첫
모임을 통해 원로회의는 "황장엽 망명문제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해결돼야
한다"는 원칙 아래 "이 문제가 남북간의 평화공존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인도주의적인 원칙에 따라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개신교계는 그간 천주교의 김수환 추기경이나 불교의 송월주
조계종 총무원장과 같은 실질적인 지도자를 갖지 못한채 교파간 갈등과
분열을 거듭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이는 올해로 창간 31주년을 맞은 주간 "기독교신문"이 연초 마련한
"한국교회 지도력 부재" 특집 기사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에 따르면 개신교 최고의 어른으로 꼽히는 한경직 목사 (영락교회
원로목사.94) 조차도 근래에는 고령과 교회내부의 갈등으로 인해
개신교회 전체로부터 추앙받지 못할 뿐 아니라 그 뒤를 잇는 강원룡 목사,
김준곤 목사 (한국대학생선교회대표), 김관석 목사 (전 기독교방송
이사장)도 교파간 갈등 등의 이유로 인해 영향력과 지도력이 심각히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기독교신문이 꼽은 이같은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한국교회의 양극화
현상과 굴절된 현대사속에서 청산되지 않은 교회의 과거.보수와 진보라는
이분구조로 인한 한국교회 양극화가 극단적으로 반대편을 무시내지
격하시키는 풍조를 만들어냈다.

아울러 험난했던 한국현대사속에서 교회의 목회자도 굴절된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으며 이것이 제대로 정리되지 못해 분명한 지도자상
정립에 걸림돌이 돼왔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한국교회의 지도력 회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때보다 높은
가운데 출발하는 한국기독교원로회의는 자문기구이긴 하지만 전체
한국교회의 목소리를 이끌고 대변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