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결핍"을 먹고 자란다고 했다.

가슴이 허허로운 사람에게 사랑은 지상의 어떤 "풍요"보다 더 절실한
자양분이다.

꿈을 찾아 대륙에서 홍콩으로 건너온 두 남녀의 사랑얘기인 "첨밀밀"은
이같은 섭리를 잘 묘사하고 있다.

제목은 중국과 홍콩을 열광시켰던 대만 여가수 등려군의 히트곡명.

주인공 소군 (여명)과 이요 (장만옥)의 10년간에 걸친 러브스토리가
줄거리다.

구룡역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트와 강렬한 빛속으로 빨려들듯
올라가는 소군의 모습은 "희망의 여정"을 상징하지만, 무일푼인 그는 곧
구세주처럼 나타난 이요와 고향에 두고온 약혼녀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들이 처음으로 사랑을 나누던 겨울날, 소군이 이요에게 겹겹의 외투를
입혀주며 단추를 채워주는 과정은 두사람의 결핍이 한땀한땀 꿰매지는
사랑의 메타포.

뜨거운 입맞춤과 함께 잠궜던 단추를 다시 끌러내는 장면도 상징적이다.

하지만 자전거 뒤에 이요를 태우고 달리던 행복은 얼마 지나지 않아
"녹슨 자전거"로 밀려난다.

몇년뒤 이요는 암흑가 보스인 표형의 애인이 되고 소군은 홍콩으로
찾아온 약혼녀와 결혼한다.

그러나 가슴 한켠이 텅 빈 두사람은 안타까운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다.

비애감에 젖어 그녀가 고개를 떨구는 바람에 크랙션소리가 울릴때 등을
돌려 미친듯 달려오는 소군.

이들 위로 애절하게 흐르는 "굿바이 내사랑"의 곡조가 가슴을 적신다.

이요가 표형을 따라 홍콩을 떠난뒤엔 소군의 꿈도 황폐해진다.

95년 뉴욕, 길을 가다 등려군의 사망소식을 듣고 레코드가게 앞에 멈춘
소군과 그를 찾아 헤매던 이요의 해후를 끝으로 영화는 10년전 홍콩도착
장면으로 회귀한다.

홍콩시절의 부침과 뉴욕에서의 고독을 명암으로 대비시킨 색감연출,
현금지급기에 비친 잔액숫자로 주인공들의 현실을 묘사한 기법, 중국
반환을 앞둔 홍콩과 두 사람의 운명을 교차시킨 편집이 돋보이는 영화.

( 3월1일 명보/영화나라/시네마천국 개봉 예정 )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