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속 성표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포르노그라피는 무엇이며 이에 대한 규제는 필요한가.

계간문학지 봄호들이 "문학속의 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 눈길을
끌고있다.

"세계의 문학" "문학과 사회" "문학동네"가 포르노그라피와 검열,
표현자유 등을 기획으로 꾸몄으며 "작가세계" "상상"은 장정일씨와 그의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에 대한 특집을 마련했다.

"세계의 문학"은 "이성을 넘은 육체"라는 제목으로 "포르노문학"
(하태완), "장정일을 위하여" (정장진), "1990년대 성 담론, 성과 권력의
문제" (고갑희), "포르노, 민권, 언론" (캐서린 매키논) 등을 싣고 포르노
문학의 역사와 90년대 한국에서의 성담론 전개과정을 조명했다.

하태완씨는 "포르노는 기존의 형식과 가치를 전복하려는 20세기초
아방가르드 문화운동의 감수성에서 출발했다"며 "승화된 에로티시즘과
싸구려 포르노의 차이는 금기에 대한 도전이 승화로 이어지느냐 아니면
동물적 나락으로 떨어져 허무로 끝나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장정일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현대를 살아가는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모습과 숙명을 보여주는 일정수준에 오른 작품"
이라는 평.

"문학과 사회"는 "검열을 검열한다"라는 제목으로 문학평론가
이재현씨와 도정일 (경희대 교수) 홍준형 (서울대 교수)씨의 비평을
실었다.

홍준형씨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음란성의 법적 판단기준과 관련해
"정신적인 가치가 새롭게 대접받고 인터넷 등 사이버 스페이스가 열리는
상황에서 변화된 사회환경과 의식에 걸맞는 표현 및 예술의 자유, 이에
대한 규제철학과 제도정비가 시급하다"며 "법적 제재는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상"은 "장정일,비전의 아웃사이더"에서 "내게 거짓말을 해봐"에
대한 장정일씨의 고백과 이 소설의 문화사적 의미를 짚은 이인화씨의
글, 박노해와 장정일을 비교한 민수경씨의 논문을 실었다.

장씨는 이번 소설을 쓴 이유를 "권위적인 문어체에 억눌려온 구어체를
마음껏 풀어놓기 위해서였다"고 밝히고 "내 실존과 호구의 근거인 소설을
모멸하고자 한 의도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인화씨는 "한 사회의 또다른 비전은 상식의 극단적인 경계에서만
나타난다"며 장정일 소설을 "체제에 대한 이념적 고뇌가 지나간 시점에서
성애적 소재를 통해 현대문명의 억압적이고 가부장적인 성격을 비춰낸
90년대의 가장 중요한 문화적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작가세계"는 장정일의 작품과 삶을 총체적으로 다룬 특집에서 그의
문학적 연대기와 작가노트, 주제비평, 작가.작품론을 다뤘다.

그의 유별난 성장환경과 아버지에 대한 기억, 학교교육을 거부하고
독서에 매달리게 된 배경등을 더듬었다.

"문학동네"도 특집 "회의하는 서사, 모색하는 소설"을 통해 포르노
그라피와 장정일문학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