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작가 이상우씨가 실록소설 "세종대왕" (전 2권 동방미디어 간)을
펴냈다.

세종탄생 6백주년을 맞아 그의 참모습과 인간적 아픔을 소설로 풀어쓴 것.

이 소설은 재위 32년간 수많은 업적을 쌓은 성군 세종의 기록이자 왕관
뒤에 가려져 있던 인간 이도 (세종의 본명)의 삶에 대한 종합보고서다.

태양을 삼키고 어머니의 품안으로 뛰어들었다는 태몽과 그의 성장과정,
대마도 정벌, 한글창제 등 역사적 위업을 달성한 뒤 "고려사"의 완성을
부탁하고 봄 햇살 사이로 용이 되어 승천하기까지의 일대기가 생생하게
담겨있다.

한글은 집현전 학사들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록에는 세종이
직접 붓을 들고 대군들에게 발음을 시켜가며 입모양을 그리는 대목이
나온다.

세종이 한글의 필요성을 절감한 계기는 진주에서 발생한 "아비를 죽인
패륜사건"이었다는 얘기도 등장한다.

그는 백성을 교화시킬 쉬운 방법을 찾다가 "삼강행실도"를 만화형태로
만들기도 했다.

자식을 22명이나 뒀던 그는 며느리 앞에서 군주와 시아버지의 역할을
놓고 갈등했다.

세자빈의 동성애 사건이 터졌을땐 성군인 세종조차도 실록에 싣지 말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사관은 실록에서 빼라는 말까지 그대로 기록하고 있다.

병을 고치려고 신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불당을 짓는 세종의 모습은
범부와 다를바 없지만, 백성의 고통과 관리들의 잘못이 자신의 부덕
때문이라고 반성하는 그의 자세는 오늘날 더욱 선명한 교훈으로
다가온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7일자).